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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1/5

결코 내 것이 될 수 없는 거추장스런 옷.

 

 

난 상습적이고 고의적이 아닌 거짓말장이들에 대해서는 조금 관대한 편이다.

왜냐하면 내가 거짓말을 고의 아니게 하여 발목을 많이 잡혀 보았기 때문이다.

 

난 어려서부터 감수성이 좋은 편이었다.

사람들이 말을 하면 그 뉘앙스까지 다 느껴지니 표현하기 좋아하는 나는 뉘앙스를 곁들인 말까지 전달하면 한번씩 불편한 발목 잡힘의 문제가 생기는 것이었다.

뉘앙스는 무지게 같은 것이어서 색깔은 있어도 잡으면 아무 것도 없는 것이니까.

솔직히 색을 띄었다 하더라도 아니라면 아닌 것이고 어쩌면 

그것을 말의 흔적으로 남기는 그 자체가 무리이면 무리이지 싶다.

감수성이 좋아 생기는 문제는 작은 문제들이었다.

감수성이란 것 자체가 가벼운 것이라면 가벼운 것일 수 있기에...  

   

거짓말에 처음으로 발목 잡히게 된 것은 내가 초등학교에 막 들어가서였다.

그 당시 우리집엔 우리 어머니를 도와 집안 일을 도와주는  언니가 있었다.

외가에서 보내준 일하는 언니였다. 

나는  그 언니가 일손만 놓으면 달라 붙어서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라대었다.

언니가 자려고 누워도 이야기를 해달라고

잠이 와 닫긴 언니의 눈꺼풀을 손으로 열고 할 정도로 언니를 괴롭혔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그 언니의 아이들이 유명한 의대,약대에 들어갔을 정도이니 아주 옛날의 이야기다.

그 언니는 성품이 곱고 행동도 반듯해 우리 어머니의 믿음을 많이 받고 있었고

말이 일하는 언니였지 우리 식구와 다를 것이 하나 없었다.

그 언니의 말은 모두 사실로 난 받아들였는데

그 언니는 이야기 밑천이 다 떨어진 상태에서

옛날 이야기 해달라고 성가시게 구는 아이의 요구를 잠재우려

생각나는 대로 말이 안되는 옛날 이야기와 현실 이야기가 섞인 이야기를 해 주었고

어린 나이에도 조금은 이상하니 기억에 더 선명히 자리 잡은 모양이었다.

 

"지리산에 있던 호랑이가 기차타고 친구 찾으로 서울 왔다가 붙잡혀서 서울에 있는 동물원에 잡혀 있다."

"동물원에 가면 그 호랑이를 만날 수 있다." 

                           

난 기가 막히게도 이 이야기를 학교에서 이야기 시간에 자랑스럽게 떠들어 대었고

친구들이 정말이냐는 질문에 "정말이다."

네가 봤냐는 질문에 "그래 봤다"

그 동물원이 어디 있는데라는 질문에 "우리 언니한테 물어봐서 내일 알려 줄 수 있다."

사실 그쯤 해서는 슬슬 자신이 없어지기는 했다.

하지만 물러설 수 없는 자리에 까지 온 것을 어린 나도 알고 있었다.

집에 와서 언니한테 이야기 했더니 난감해 하는 언니를 보고서야 내 짐작이 맞았다는 것을 알고는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그날로 호랑이 이야기 거짓말쟁이가 한동안 되어 버렸다.

 

거짓말을 하려한 것은 정말 아니었으나 확인하지 않은 말을 입에서 내는 순간 거짓말장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알게 해 준 첫 경험이었다. 

 

또 한번의 거짓말의 대한 뼈저린 경험이 있었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 쯤의 일이다.

내가 살았던 동네는 아주 부촌과 중산층 그리고 저 멀리로는 빈민촌 그렇게 사는 정도가 극렬하게 다른 집들이 동네별로 나뉘어져 있었고 학교는 한곳으로 배정되어 있었다.

다양한 아이들이 모여 있는 학교였던 것이다.

어느날 

그 당시에는 보기 드믄 일이었는데 학교 정문 앞에 자가용 한대가 세워져 있고 아주 화려하게 차려입은 한 아줌마와 아저씨 몇분이 무슨 전단지 같은 것을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모든 아이들에게 주는 것이 아니고 아이들을 나름대로 선별해서 주는 것 같았다.

욕심 많고 궁굼증이 많던 나도 그 아줌마 옆을 지나면서 기웃거리니

아줌마가 나를 세우고는 다른 아저씨를 와보라고 하더니 괜찮지? 하면서

나에게는 다른 아이보다 더 관심을 보이며 집이 어느 쪽이냐고 물어 보기도 하고

학원에 꼭 와 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난 기분이 정말 좋았다.

특별 대접을 받은 것이 기분이 좋았고,

초댓장을 받은냥 그 전단지를 조심스레 열어보니 연극 학원 소개하는 전단지였다.

지금 기억하기로는 그 전단지 종이가 고급스러웠고 카드처럼 생겼던 것 같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학원의 위치를 그려 놓은 곳을 보니 평소 내가 다니던 길목이라 내가 찾아갈 수 있는 곳이었다.

평소 호기심 많은 나는 "꼭 와보라"는 그 아줌마의 말에 끌려 혼자 찾아 갔었다.

그 학원은 내가 이제껏 보아오던 곳과는 다른 새로운 세상이었다.

작은 무대도 설치되어 있었고 방음 시설 뿐 아니라 은은한 붉은 색 전등까지 켜진 공간 안은

내가 이제껏 보던 그 어떤 공간 보다도 멋있었다.

붉은 바탕의 카펫까지 깔려 있었고 예쁘게 생긴 아이들의 손에 각자의 이름이 써진 대본책은 그야말로 새로운 세계였었다.

 

놀라웠던 것은 배우.연극배우.이런 쪽에 약간 폄하하는 시각을 가진 우리 부모님과는 달리

그런 것을 선호하여 그곳에 부보님 손에 의해 이끌려 오는 아이가 있다는 사실은 충격에 가까웠다.

나는 단순히 한번 와보라해서 엄마 몰래 도둑 고양이처럼 살짝 들를 것에 불과했는데 그곳 선생님은

나에게도 두꺼운 대본책을 주며 몇번을 읽고 외워 오라고 자꾸 숙제를 내주는 것이었다.

이것 저것을 물어보기는 했지만, 부모님을 모시고 오라는 이야기도 없이...

지금 생각하면, 내 손으로 엄마를 모시고 오도록 기다린 것이지 싶다.

난 너무 재미있고 해서 이틀을 더 몰래 다니다가 어머니에게 걸리고 말았다.

난 그날 정말이지 죽도록 맞았던 것 같다.

태어나서 그렇게 많이 맞은 것은 처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우리 부모님께는 딸애를 연기학원에 보낸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내게는 어울리지는 않는 길이지만,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단순한 아쉬움이 아직도 약간은 있다.

 

내가 내 어머니에게 매들 맞은 이유는 거짓말을 해서였다는 이유였다.

난 사실 연기 학원에 꼭 오라해서 궁굼해서 방문했던 것이고 그날만 가보려 했었으나 선생님이 대본을 내주며 숙제를 해오라 해서 가기는 갔지만 어머니에게 말씀 드릴 기회를 찾고 있던 중이었지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우리 어머니 생각은 달랐다.

사실대로 말하지 않는 자체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시고 계셨다.

내 인생의 그 작은 사건으로

실제 나의 상황을 모르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은 알면서도 그대로 계속 그들이 나를 오해하도록 두는 것도 큰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두번째 경험이었다.

 

나는 거짓말에 대한 두번에 걸친 골 깊은 기억으로

거짓말이란 꼭 거짓말을 하겠다고 작정하여 만들어서 하지 않더라도 거짓말쟁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거짓말쟁이의 범위는 생각보다 넓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상습적이며 고의적이지 않은 거짓말이라 할지라도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력에 따라 그 심각성도 상황마다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한 면에서 우리 증인 형제 자매들의 호별 봉사가 때로는 많이 걱정스럽다.

조직의 실체에 대해 실제로는 완전하게 알지는 않으면서 하나님의 살아있는 조직, 지상의 유일한 하나님의 언어전달 통로라 가르치며 그 조직으로 하나님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을 이끄니 말이다.

나의 호랑이 기차타고 서울오다 붙잡혀서 동물원에 갇혔다라는 확인하지 않은 말로 결국은 거짓말쟁이가 되었던 그 때의 부끄러움을 기억하는 나에게는...

 

그래서 나는 거짓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한번씩 하기도 하지만 거짓말에 대해 겁이 많다.

거짓말이 나쁜 일이라서라기 보다 불편해서이다.

거짓말은 결코 내 것이 될 수 없는 거추장스런 옷이고,

의도하지 않은 거짓말은  급하게 대강 입어보고 산 기성복 같아서이다.

나중에 입어보면 불편해 입을 수도 버릴 수도 없어

지니고 있는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는 그런 옷 같아서 이다. 

난 그런 옷을 가지는 것을 아주 싫어해 옷 사는데 별로 도박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멋없이 맨날 내 스타일의 티셔츠와 바지 밖에 없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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