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7년 전 이맘때쯤 되었나 봅니다.
저희 집에 다람쥐 두 마리를 키웠습니다.
아이들이 강아지를 사달라고
어찌나 보채든지 강아지 키울 형편은 안되고 하여
차선책으로 다람쥐 키우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습니다.
그래서 아람이와 다람이가 우리 집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다람이라 이름 지어준 녀석은 우리가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토실토실한 몸통이며
풍성한 털을 가진 커다란 꼬리하며 정말 멋진 녀석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람이는 그렇질 못했습니다.
마른 듯 한 모습에다 왜소한 꼬리를 가졌는데 눈빛만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그 녀석들에게 먹이와 물을 주면서 점점 정이 들어 갈수록
그 녀석들을 자연으로 돌려보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어찌나 애지중지
하였던지 저희들 용돈으로 밤을 사다 먹이곤 하였는데
여름철의 철 지난 밤은 저네들에겐 분명 부담스런 돈이 요구되었을 것인데
그럼에도
부지런히 사다 날랐습니다.
버찌며, 해바라기 씨까지...
여름철에 목욕을 시킨다고 물을 미지근하게 데워서 다람쥐 집 위에서
물을 조금씩 부어서 목욕시키고 햇볕으로
마르게 해주기도 했고요.
그렇게 애정을 주는데도 다람쥐 두 마리의 마음은 달랐습니다.
다람이는 먹이 투입구 속으로 손을 내밀면
손위로 올라와 장난을 치며
사랑의 교감이 되었는가 하면 아람이는 끝까지 의심하고 마음을 주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아람이는 야성이 아직
살아있는가 보다.
또는 잡혀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람을 아직도 무서워하는가 보다 하면서도
서운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먹이를
주다가 그 먹이 주는 그 문 틈새로
아람이가 도망가고 놀란 사이에 다람이가 도망가고 하여
식구들이 소쿠리를 들고 잡아들이기를 몇
번이나 하긴 했는데
정말 안타까운 일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날은 토요일이었고 우리 식구들은 다음날인 일요일날
청설모가 별로 없다는 낙동강 하구 함안으로
아람이
다람이를 보내줄 계획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자기들이 자유의 몸이 되기 하루 전날 일이 생긴 것입니다.
다람쥐 집 위에 있는
약통이 떨어지면서 멀쩡하게 있던 다람쥐 집이 열리게 된 것입니다.
다른 때는 별 문제 없이 다람쥐 두 마리를 다 잡아 들일 수
있었는데
그날은 영 그것이 안되었습니다.
저희는 약국을 하는데 약통들 사이에 각각 들어가 있으니
소쿠리를 사용할 수가
없고
오직 손으로 잡아서 넣어야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아! 고맙게도 다람이는 제 손위로 올라와서 지네 집안으로 들여놨는데
아람이가
문제였습니다.
아람이는 끝내 놓치고 말았습니다.
걔는 끝내 저를 믿지 못하고 쥐처럼 여기 저기를 돌아다니더니 보이지를
않았습니다.
마음을 조리고 하루종일 애태우고 있었는데
저녁이 다 되어 어둑어둑해질 즈음
우리 건물 화장실 쪽에서 아이들의 소리가
나 가보았더니
다람쥐를 플라스틱 그릇 안에 가두고 아예 혼을 뺄 작정으로 좌우로 흔들고 있는 겁니다.
소리를 질러 아이들을 내 보내곤
이번만 날 믿고 그대로 있어달라고
정말 마음이 통해서라도 이 바램이 다람쥐에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졌으나
너무도 아이 같은 생각이었다는 것을 곧 알게
되었지요.
정신이 없었는지 아람이는 곧장 앞쪽 길가로 달려나가 택시에
부딪치고.....
.....................
택시는 지나 가버리고 아람이가 너무도 깨끗한 상태로 누워 있기에
기절하고 누웠는줄 알고 어느 정도 희망을 갖고
손에 올렸는데 이미 죽었더군요.
진짜 어린아이처럼 통곡하고 우는 모습이 안스러웠든지
남편이 절 데리러 왔더군요.
저희아이들한텐
아람이가 도망을 갔다고 거짓말을 하고나서
남편과 저는 아람이를 솜을 깐 박스에 넣고 차에 넣어 두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다람이를 데리고 함안으로 향했습니다.
한 녀석은 살아서, 한 녀석은 죽어서...
진짜 똑같이 사랑하여 키웠던 자식 같은 녀석들이었는데
무엇이
이 녀석들의 삶을 이렇게 엇갈려놓았는지
안타까운 마음으로 눈물을 감춰가며 숨을 죽이며 울고 있는데 큰 아이가
그러대요.
"엄아, 다람이와 헤어져서 슬퍼서 그래요?"
함안에 도착해서 다람이를 풀어주려 통 뚜껑을 열어 주었더니
이리 저리 냄새를 맡더니 손살같이 숲속으로
사라져버렸습니다.
우리 애들이 소리쳤습니다.
"다람아! 청설모한테 잡히지 마~ "
그러곤 "우리 다시는 다람쥐 사지 말자.
사는 사람이 하나도 없으면 다람쥐 잡아오는 아저씨도 없어질 꺼니까"라며
큰애가
울먹였습니다.
아이들이 낙동강 하구의 삼각주에서 노는 동안
우리 부부는 하구 둑 양지 바른 곳에 아람이를
묻어주었습니다.
저는 마음속으로
"아람아, 엄마를 좀 믿지 그랬니?"
라는 원망 아닌 원망을
했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면서
혹시나 하나님 앞에 나도 아람이 같은 적은 없는지 걱정스럽게 반성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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