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아는 이들은
내가 커피 없이 살 수 없는 이라고 알고 있다.
친정 어머니께서는 내 차가 당신의 아파트에 들어서는 것을 보면
주전자에 물부터 올려 커피 끓일 준비를 하신다.
그러나 놀랍게도 커피로 내 입이 아주 흡족해 할 때는
내가 마시는 횟수의 5% 도 사실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 입이 아주 예민하여 내가 마시는 커피의 질에 따라 까탈을 부리는 것은 아니다.
한때 내 기본적인 자유시간조차 허락되지 않던 고단한 시절이 있었다.
그때 낯선 환경, 낯선 사람들, 낯선 시간, 낯선 일, 낯선 스트레스, 낯선 긴장감 속에서
눈 뜨고 있는 시간 중에 유일하게 나 개인을 위해 누리는 시간이 있다면
그건 유일하게 커피를 타서 마시는 시간이었다.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시간이면 그 여유를 확인하기 위해..
힘에 부치면 에너지 충전하기 위해 ..
기분이 좋아도.. 나빠도 ..
중독이란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그때 알았다. 내가 마시는 것은 커피가 아니라
누구도 터지할 수 없는 일탈의 통로요 거기서 누리는 자유라는 걸 ..
그러나 많은 세월이 흘러 돌아보니 그때 내가 마셨던 것은 다름아닌 나만의 관념이었다.
관념에서 빠져들어 나는 그 관념이 낳은 아들인 습관까지 모시고 살아온 것이다.
요즘 내가 얼마나 겁장이로 살아왔는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돌아보면, 나를 모는 힘에 그대로 내몰려 개구멍 속으로 착하게 들어가
거기서 숨을 좀 더 잘 쉬어보려고 나름의 창을 후벼파서
코를 대고 바깥공기를 빨아당기며 여유를 즐기는 꼴이었으니까.
잘못된 관념에 가두어져 그 관념의 틀 속에서 나만의 잘못된 관념을 통해 숨을 쉬고 산 것이다.
정신적 자유인과 그렇지 못한 이는 사고와 판단의 유연성의 존재 有無로 구별될 수 있지 싶다.
건강한 자중심을 가진 자유한 영혼은 관념에 노예가 되어 스스로 가두어지는 우를 범할 수 없기에
적어도 자기 관념에 머문 사랑을 해놓고 스스로 뿌듯해 하지는 않을 것이다.
관념적 사랑의 판넬로 도배질 해 놓고 자기 선함에 스스로 자신을 추켜세우는 일은
사랑에 주체로서가 아니라 사랑이 도무지 무엇인지 모르는 이들이 하는 짓이다.
사랑을 소유한 이들이 하는 행동들을 흉내낸 판넬같은 관념의 조각 조각들 ..
도무지 사랑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이들이 그것으로 도배 해놓고
자신도 속고 남도 속이는 과정에 이르는 길은 다양하다.
그러나 그것 뒤로 드리워진 결과는 똑 같다.
자기에게 몰입된 에너지에서 나오는 정전기와 그 정전기로 타들어가는 하루살이 감정들의 노린내 ..
관념은 세상으로부터 받아들인 자신에게서 비롯되고
진리는 그 진리를 소유한 분에게서 비롯되었음을 생각해 볼 때,
어려서부터 이땅에서 받아왔던 여러 형태의 교육의 소산인
생명없는 낱낱의 비늘같은 관념의 조각들을 이제 모두 털어내 버리고
사랑의 본체시요 시작이시요 진리의 주체이신 하나님 내 아버지의 법이 내 마음과 정신에 세워지고,
오직 완전하신 그분의 사랑 안에서 모두 같은 호흡을 하며 같은 통감을 가지고 같은 짠 눈물을 흘리며
같은 기쁨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그분 안에서 그분과 함께하는 그분의 살아있는 하나의 세포가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아주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내 인생이 늘 고달플 수밖에 없었던 이유 .. 말이다..
현실에 속한 나의 영적 눈은 온통 관념의 비늘로 덮혀 있었다.
낱낱의 관념의 비늘로 겹겹이 채워져 있었던 것이다.
내 영혼은 생명없는 비늘과 비늘 사이에 존재하는 그 틈에 걸려서 수시로 넘어져야만 했고
무시로 비늘과 비늘 사이에서 미끄러져야만 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그것이 낱낱이 떨어진 각각의 것이 아닌 줄 알았기에
오히려 미끄러지는 나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었다.
넘어질 때는 평형을 순간 잃은 상태였기에 나 스스로도 왜 넘어졌는지를 알지 못하였었다.
내가 받았던 여러 형태의 교육은 숨을 쉬지 않는 비늘조각 같은 것을 무수히 만들 뿐이었다.
나는 투명한 판넬같은 비늘조각들을 아무 의심없이 최소 단위로 타일처럼 붙이곤 했었다.
내 눈에서는 비늘같은 많은 투명한 관념의 조각들이 비듬처럼 떨어지고 있고
그 더럽고 징그러운 것들을 맥을 놓고 계속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낱낱이 담고 있는 아픈 기억들이 떠올라 가슴이 아프다..
사람으로 태어나 그 과정을 깨닫는 것은 참 아프다..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다면 자신이 無의 상태도 모르니 애가 타거나 서운할 것도 없었을텐데..
영적이면서도 죄성의 바로미터가 되는 자아가 강했던 나에게 있어
우리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창조되었다는 말씀'과 ' 우리 인간은 모두 죄인이라는 말씀'에
전적으로 승복할 수 없었던 그 사실은
나로 하여금
그 모든 비늘의 원천이 되어 비늘과 비늘의 경계면 상에서
지극한 정체성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던 필연일 수밖에 없었지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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