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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처럼 저에게 와 주실 수 없으신가요..

당신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그때처럼 두서없는 제 말만 듣고

사라지시지 마시고

이번엔 이번엔

저의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아 주시고

그리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릴 수 있는 기회도 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그때 드릴 수 있는 말이란 저의 미천한 생각에서 비롯된 행동을 용서해 달라는

그 말밖에는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저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저는 죽을만큼 무척 아플 것이지만 그 고통 이상 행복한 마음일 것이라든 것도 말입니다.

 

당신과의 대화를 청하고 싶은 그 속내는

정말 송구스럽고 괴롭고 아프더라도

저와 하나되어 있는 잘못된 관념이 저에게서 제거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입니다.

 

이십사 오 년 전

그날 밤의 기억은 아직까지 선명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때 연기처럼 사라지셨더랬지요.. 

 

당신께서 사라지시고 난 후

혼자 그 길에 있다는 그 사실만 더 크게 와닿았더랬습니다.

본디부터 고개를 숙이고 땅을 보며 걸으며 돌아보지도 않은채

질문하시는 당신께 제 속내를 말씀드렸던 불과 몇 분에 불과한 시간이었지만

그 몇 분 후의 저는 그 이전에 혼자 맥없이 땅을 보며 걷던 저의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더 외로워졌고 외로워서 서러워졌으니까요..

 

당신께서 제게 물으셨지요.

"네게 무슨 일이 있느냐? "라고 말이죠.

 

어린아이같은 저는 늘 그랬듯

바로 그 질문 속에 가두어져, 충격과 슬픔과 혼동의 괴로움의 주머니 속에서

저의 생각의 조각들을 부지런히 꺼내 담담하게 답을 드렸더랬지요.

 

어린아이처럼 저는 주신 질문에 답을 다 하고 나서야

'저 흰 옷을 입으신 분이 누구시길래 저렇게 평안을 주는 목소리로 내게 물으시는 걸까' 궁굼해졌더랬지요.

그때, 말이란 본디 말하려 하는 방향의 것만 말하게 되어있지 그 방향 주변에 함께 존재하는 다른 마음까지

다 전할 수 없는 것이기에, 사실 마음이 그리 편치는 않은 상태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분리된 마요네즈의 기름상태를 저의 상태로 내보인 것같은

개운치 않은 혼돈 자체의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그 평안한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하려 했을 때,

어느 때부터인가 저와 함께 걷고 있는 것같이 느껴졌던 흰 옷을 입고 계시던 분은

더이상 그 자리에 있지 않았었습니다.

그 황량한 길에 저 혼자 서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때서야.., 저는 서러운 마음으로 '아 .. 흰옷 입으신 그분은 예수님이셨을지 몰라..' 라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더랬습니다..

 

저는 꼭 그때처럼 그렇게 서 있습니다.

그때 끝없이 펼쳐진 일방통행 외길 신작로 길가에 말입니다.

꼭 그때처럼 신록이 푸른 계절 .. 길가에 늘어선 잡초들은 온통 보기좋은 초록빛입니다.

 

그때 그 길에 놓여지기 전에 버스를 타고 있었죠.

누군가 어디에서 내리라고 알려주었지만,

저는 잘못하여 세 정거장 전에 미리 내려 버스로 세 정거장 더 가야하는 거리를

그렇게 걸어가고 있던 중이었지요.

 

그때 그 길에 당신께서 와주셨듯이 지금도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때는 누군가 내 가까이 걷고 있다 싶어도 돌아볼 마음의 여력이 없어 쳐다보지도 않고

묻는 말에만 대답했으나, 이제는 이제는 절대 그리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처럼 당신께서 제 곁을 연기처럼 사라지게 그리 두지도 않을 것입니다. 

정녕 그리할 것입니다..

 

그때와 다르게 저는 당신께 먼저 요청할 것입니다.

제가 이제껏 해결하지 못한 잘못된 관념과 죄성의 족쇄에서 해방되어

진정 순결한 진리 안에서 깃털처럼 가벼운 비행을 시작하게 해 달라고 조를 것입니다 ..

 

눈에 보이는 현실에 여전히 천근만근의 무게를 발에 묶고 날아오르려다 매번 꼬꾸라져

이제 더이상의 이마에 흉터를 피할 곳이 없게 된 저를 부디 불쌍히 여겨달라고 ..

저에게 당신을 향한 살아있는 믿음을 허락하시어 제 발에 묶고 당신 계신 곳을 향해 날아가려던 짐을

이제는 스스로 내려놓을 수 있는 믿음을 가지게 해 달라고 ..

그리 조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