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점이 있었다 ..
그건 나의 약점이자 특성 ..
흔들리는 기반 위에서는 도무지 내 뿌리가 내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이끼처럼 살 수 밖에 없었다..
내 평생이 그랬다.
그래서 내 눈은 항상 그렁그렁 했다.
내 기도도 그랬다.
그래서 서서히 벙어리가 되어갔다.
내가 그토록 중요시 하던 그 기반은
내 마음과 정신이라는 두 발이 디디고 서 있는 땅과 같은 것이었는데
나에게 있어 그 땅은 정신적인 그리고 영적인 뿌리의식 같은 거였다.
모든 것의 시작은 거기서부터 비롯되는 것이니까..
내가 만일 이땅에서 나만의 그 어떤 소산을 거두지 못했다면
그것은 처음부터 자신감을 잃었던 탓이지 싶다.
난 한번 자신없으면 끝까지 자신없어 흔들리니까 말이다.
나는 바람을 좋아하고 햇빛을 좋아하고 청명한 하늘의 푸른색을 좋아한다.
내가 이끼류를 아주 싫어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태생적으로 분명하고 명쾌한 것을 좋아하는 나를 쓰러뜨릴 수 있는
급소가 있다면
그건 나의 정체성의 자리였다.
그러나 불행히도 내 정신을 흔들어 놓는 그 정체성 혼란은
내가 내 이름을 겨우 쓸 때 쯤 .. 그렇게나 빨리 서둘러 나를 찾아왔었다.
그가 왔을 때,
난 내가 디디고 있는 땅이 꺼져가는 모래언덕 위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평범하지만 그렇다고 평범하다고만은 할 수 없었던 환경 ..
당시 부산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든다는 부를 소유하고 있어
잘 나가던 외가의 가세를 등에 업고 있었던,
순종적이고 착하지만 감성 둔하고 고집과 자존심이 센 편이셨던 어머니와,
지적이고 감성적인 특성이 뛰어난 가문의 내력을 지니셨으나
전쟁으로 모든 터전을 뒤로하고 혈혈단신 남하하여 고아 신세나 마찬가지였던
내 아버지와의 결혼생활.. 내 어릴적 환경 .. 바로 그것이었다.
어머니께서는 너무 어린 나이에 결혼한 탓이었는지 아니면
당신 부모님들께서 당신에게 지극한 애정을 쏟아 부으셔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어도
당신의 부모님으로부터 정신적으로 완전히 독립한 상태가 아니었기에
아버지는 따라 우리 외조부 외조모님의 시야 안에서 보호감찰 되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내 기억 저편에 남아있는 '죄 뿔도 없으면서 자존심만 세어 가지고 .. ' 란
아프게 나의 뇌리에 각인된 그 표현은, 당시 아버지의 고달픈 저항의 상황을 그대로 담고 있다.
"남편도 자식도 모두 네가 살아있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이지, 네가 죽고나면 다 의미 없는 존재일 뿐이다" 라며 당신 딸에게 자신의 건강에 유의하도록 하시는 다소 충격적인 말씀을 하실 적에도
나는 방 바닥에 엎드려 무언가 계속 그리고 있었다.
그때 나는 어머니와 하나가 되어 할아버지의 뜨거운 사랑 안에 있었지만,
그 순간 나는 내 어머니와 분리된, 별개의 내 영역의 땅 아래 어떤 홀 속으로
나를 지지하고 있는 모든 모래가 빨려들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때 엄마와 나는 다른 존재이구나.. 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 후로 난 내가 딛고 선 땅으로 인해 멀미를 하게 되었다.
그 멀미는 나의 중심을 늘 흔들어 놓았다.
그러나 그런 내가 서 있도록 하는 것은 또한 그 땅의 헌신적인 희생이었기에
내 인생은 애증과 죄책감으로 철저히 엮이게 되었다.
내내 내 인생은 약속이라도 한듯 마치 퍼즐이 이어지듯 꼭 그런 형태로 자리를 넓혀갔다.
내가 늘 슬펐던 것은
내가 키가 크고 잎이 무성한 나무가 아니라서가 아니라
스치는 바람을 느끼고 싶었고 따사로운 햇빛을 받고 싶었고 청명한 하늘을 떠받치며 서 있고 싶어서였다.
사람들은 내 영성이 뛰어나다고들 한다.
그토록 어린 나이에 어떻게 예수님에 관해 관심을 가질 수 있었냐고 의아해 한다.
그러나 그건 내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 나만 아는 상처가 불러들인 것이었다.
내 존재 자체로 어떤 누구에게 의미가 된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가슴 벅찬 일이었으니까 ..
감사했다. 그 감사의 마음은 예수님이 높으신만큼 나를 높여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분 생각을 수시로 하게 된 것이니 그 사실로 내가 더 나은 평가를 받을 일은 아니라 생각한다.
난 영적인 벙어리다..
흔들리는 바탕 .. 보이는 현실세계와 보이지 않는 영의 세계의 혼돈으로 인한 흔들리는 바탕..
그 흔들리는 바탕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차라리 이끼로 살기로 선택한 자연스런 결과 ..
믿지 않는 것이 죄라 하셨음에
흔들리는 바탕으로 인해
온전히 마음으로 주님의 말씀에 믿음을 두지 못했던 바
내가 정녕 죄인임을 고백하며
내가 무엇을 기도해야 할 지 모르는 때, 그때 그런 나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
돌아가신지 삼 일만에 부활하시어 하나님 우편에 앉으신 우리 주님의 영이신 성령의 역사가
믿음없는 나를 용서하시고 불쌍히 여겨 주시어, 함께 해 주시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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