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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들 /1

허공에 두고 있는 두 발

겁이 났다.

 

잴 수 없는 막연하고도 형태없는 무게감이 엄습하면서

나를 점점 코너로 몰기 시작했다.

나의 행동반경은 그에 비례하여 좁아졌다.

 

난 어린애들처럼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무서워서 그랬다.

 

실제 무게감의 주체가 달려와 위로를 해 주었지만

나와 전혀 무관한 별개의 인생이었다.

나의 두려움을 조금도 덜어줄 마음은 없었다.

 

허공에 두고 있는 두 발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 캄캄한 우주에 서 있는 것 같았다.

정신을 차려야겠다 싶어, 눈을 가만히 감고 생각해 보았다.

 

나를 이런 혼돈과 두려움 속에 가두어버린 생각과 마음은 어떤 것일까? 하고 ..

 

작은 새들이 떼로 몰려와 지저대길개 창가에 나가보았다.

순간 어설픈 새 하나가 닫혀진 유리창 쪽에 살짝 툭 부딪치더니

정신을 고르려는지 닫혀진 유리창 앞에서 한참을 앉아있다가 날아가버렸다.

예쁜 여러 색을 두른 아주 작은 새였다.

 

한참을 울다가 

같은 소리를 내는 다른 새들 틈으로 다시 날아가버렸고

나는 그 새가 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하늘을 보고 있었다.

 

하늘 ..  하늘로  ...

그래 그녀석은 하늘의 품속으로 날아들어가 버렸다..

 

난 날개가 없어 그녀석을 따라나설 수 없었다.

나에겐 허공에 두고 있는 두 발밖엔 없었으니까..

 

어렸을 땐, 이런 것도 이유라고 다시 훌쩍거리며 울었을텐데

난 이제 그런 것으로 더이상 눈물이 나지는 않을 나이가 되어버렸다.

어쩌면 그 사실이 더 울어야 할 일인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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