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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들 /1

난 지금 많이 아파..

매우 흐린 하늘 아래 펼쳐져 있는 열대의 늪지대였다.

엄청나게 울창한 습한 밀림의 풍경, 섬과 진창, 더러운 진흙이 이어지고

강의 지류를 따라서 형성된 태곳적 원시 세계의 모습이었다.

 

-  풍성한 처녀림에서, 기름진 대지를 뚫고 나와 과감히 꽃을 피운 식물들 사이로

잎이 무성한 종려나무 가지가 여기 저기에 솟아 있는 게 보였다.

기묘하게 생긴 나무들의 뿌리 부분이 공중에 드러났다가

땅 속으로 파고들어가 있기도 하고

녹색의 수초들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수면 아래쪽에 잠겨 있기도 했다.

접시만한 크기의 우윳빛 꽃들이 떠다니는 사이로는

날개죽지가 치솟아오른 낯선 새들이 못생긴 주둥이를 한 채 얕은 물 가운데 서서

꼼짝도 않고 곁눈질을 해댔다.

대나무 숲의 마디가 많은 대나무 사이에는 호랑이가 눈에 불꽃 같은 빛을 내며

웅크리고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 토마스 만- 의 <베니스의 죽음> 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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