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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지 않은 세상입니다.

평소 그녀를 볼 때마다 알록달록 수수깡 뭉치가 떠올랐더랬습니다.

말 많고 잘 웃던 그녀의 요란스런 치장에선 늘 연한 술냄새가 나는듯 하였습니다.

그녀 나이가 저랑 동갑이었지요.

그녀가 죽었다 합니다. 그것도 작년 11월에 ..

제가 결혼하기 전부터 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했습니다.

자신과는 다른 부류의 사람으로 여겨 우리 단골로 와도 저랑은 눈을 마추지 않은채

약국의 다른 선생님들과 소란스런 수다를 떠는 것은 아닌가싶어,

그날 그녀가 신고 있던 아슬람제국 공주 스타일의 화려한 슬리퍼에 큰 관심을 보였더니

신어 보라며 굳이 자신의 신발을 제게 신겨주며

그 신발을 어디에서 샀으며 그 신발이 보기는 그래도 얼마나 편한지 알려주던 그녀였습니다.

고상하게 입으면 구질구질해 보여서 굳이 화려한 차림을 하는 것이라고 살짝 귀땜을 해 주던 그녀였습니다.

큰 아이를 낳고나서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다는 그녀는 조울증을 여전히 앓고 있다 싶었습니다.

그녀의 심장에서 마른 수수깡소리가 나는 것 같아 가슴이 많이 아파왔더랬습니다.

공허한 그녀의 허한 심장엔 어쩌면 저보다 죄가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그때 들었더랬습니다.

그런 그녀가 죽었다고 합니다. 아주 처참하게 ..

마지막 그 순간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당신께서 살아계시지 않고, 당신께서 내신 구원의 길이 없다면,

너무도 공평치 않은 이세상의 분복 아래 

내내 환경과 그 환경의 산물로 시달리기만 하다가 죽고마는 저희 생명들은

얼마나 불쌍한 존재일까요..

 

저희에게 눈을 주소서..

 

저희를 압제하는 현실 너머 실존하는 세계에서 

그 압제와 그 압제를 비웃으며 영원히 날리시는 당신의 능력 모두를 볼 수 있는 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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