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가는 이야기1/5

큰 입 물고기

수시로 난 그렇게 느꼈다.

내 심장의 맑은 물 안에 왕성한 소화력을 가진 큰 입 물고기가 살고 있다고 ..

 

내 심장에 물은 맑지만

그 물 속에 무서운 이빨과 독성의 침으로

감사나 고마움을 금방 소화시켜버리고 나서는 또 바로 입 벌리고 기다리고 있는 물고기 때문에

내 심장에 고여있는 물이 최소한 자기의 선한 기능조차 다하지 못 하고 있다고 느껴졌었다.

 

물은 나의 하나님께서 부어주신 양심이란 호수의 물이였는데 

내가 그 호수가 있음을 자각하던 그때도 그 물고기가 살고 있었으니

그 물과 함께 처음부터 그곳에 살고 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 모든 사실을 나의 하나님께서는 이미 다 아셨는지

그분께서는 나의 심장 깊은 곳에 있는 양심이라는 맑은 호수 외에도

나의 정신에 그 양심에 비춰졌던 감사나 고마움이 재차 기록되게 하셨기 때문에

이성적어서 템포는 좀 느린 감이 있지만 

메모리 되고 저장되는 보다 나은,

기억이란 내 영혼의 블랙박스 도움으로

내 심장 안에 있는 무서운 소화력을 가진 그 존재의 피해를 최소화 시킬 수 있었다고 본다..

 

은혜도, 고마움도,  사랑도 사랑의 고백도, 순식간에 포식하고마는 그 물고기를 떠올리자면

나는 그놈의 그 큰 입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그 큰 입은 늘 허기져 무엇인가를 또다시 바로 삼킬듯 입을 벌리고 있었으며

그 입주변으로 끈끈한 침이 늘 넘쳐나고 있었다.

그 물고기의 허기는 캄캄하고 무한한 세계속으로 빨려들어가게 하는 흑암의 소용돌이의 입구 같았다..

 

영양가 있고 맛난 것들을 더 빨리 삼켜버리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오래 오래 마음에 담아 위로와 인내를 위한 거름으로 삼아야 할 것들을

이차적 보호 단계와도 같은 내 정신에 채 기록되기도 전에

삼켜 소화시켜버렸기 때문에

때로는 나의 정신에 기록해야 할 그 중요한 것들의 부재로

받은 것은 분명하나

그 받은 것을 에너지원으로 삼기에는 역부족을 초래하였고,

가뜩이나 작고 척박한 나의 가슴에

더 빈곤하고 비천한 영혼이 되도록 만들었다..

 

그 입 큰 물고기는 나의 본성 같다.

단것은 바로 삼키고 쓴 것은 입에 넣었다가도 다시 내밷어 내

그 물고기 주변엔 채 썩지 못하고 남은

더러운 냄새를 동반한 부유물이 늘상 떠다니고 있었다.

 

놀라운 사실은

부초처럼 떠다니는 그것들이 있었지만

그것들로 심장에 있는 그 호수물이 온전히 썩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내 하나님의 은혜로

도리어 그 물고기가 좋은 것을 먹고 난 배설물 때문이었다.

그 배설물은 맑은 물 위에 떠다니는 부유물을 감싸 안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서로를 상쇄시켜갔다..

 

내 정신에 있는 블랙박스 기록에는

기록되어야 할 좋은 것들은 희미하게 흔적만 남았고

기록되지 않아도 좋을 것들이 도리어 상세히 기록되는

이변이 생기기도 했다..

그래서  

삭아 없어져야 할 기록이 내게 읽혀지는 시간이면

선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담아 깃털처럼 가벼웁게 빛 속으로 날고자 하던 

내 영혼은 어김없이 그 기록들이 가지는 에너지에 발목잡혀

땅바닥에 곤두박질 쳐졌고 

연이어 두 날개까지 수없이 다치게 되었다..

 

하지만, 희미하여 윤곽을 드러내지 않는 좋은 것들이

빛을 받게 되면

도리어

한계가 없어 무한한 우주가 되고 하늘이 되어

내 영혼의 든든한 영역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그 하늘에 비춰진 빛에 의해

내 영혼의 발목을 잡는 것들의 실제 초라한 군상이 드러났고

그래서 나는 빛 속에서 

내 손으로 내 발목을 잡고 있던 허상의 거밋줄을 거둘 수 있을 때도 있었다..

 

나는 무수한 추락을 경험한다..

하지만 난 절망하지 않는다..

추락하면서 당하는 부상이 치명적이지만 않다면

그 상처가 난 자리에서는

언젠가 영원히 변하지 않는 금빛 깃털이 나게 되어

내가 날때마다 햇빛과 만나 화려한 무지개빛이 춤추게 될지도 모른니까 ..

 

내 안에 있는 그 웬수 큰 입 물고기에게 내 하나님께서 백신을 놓아 주셔서

내 영혼을 슬프게 하는 것들만을 허기지게 삼키고

그의 배설물은 부유하는 선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포획하고 사라짐으로

나에게 어떤 무게도 실리지 않는 그런 영혼으로 만들어 주어

햇살 속에서 깃털처럼 날아오르는 영혼이 되게 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

 

좋은 것도 .. 나쁜 것도 .. 인생에 어떤 무게감 있는 것은 모두 싫다.

자연 속에 철저히 하나가 되고 싶은 요즈음이다..

 

사람들이 그런 나를 우울증의 하나의 증상으로 치부하지 않고

사람의 한계가 되는 감정적 원리를 터득한 그리스도인으로 보아주면 좋겠다..

 

먼 훗날 ..

신이 되고 싶어 선악과를 따먹은 하와가 아닌

예수를 통한 하나님의 입양된 아들의 자격으로 오로지 은혜로 인해 

신의 가족관계 안으로 들어간 또하나의 하와로 기억되어지면 좋겠다..

 

우리들의 창조주 하나님께서 우리를 지으신 본래의 뜻은

에덴동산의 한가운데 서 있던 두 나무 중 하나인 생명나무를 취하여

정녕 당신들을 닮은 신의 자리로까지였음을 ..

또 처음 받은 법에서조차 넘어진 첫인간 부부의 허물을

당신의 독생자 아들로 철저히 다 덮게 하시고

그 독생자로 마지막 남은 법 자체인 자신 ..

자신을 먹고 영원히 함께 살게 하신 그분의 은혜와 사랑과 자비가

영원세세토록 기억되게 되는 날이 도래하면 좋겠다.

 

 

 

 

'살아가는 이야기1 > 5'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무려면 어떤가 ..  (0) 2010.11.05
살아있는 관계 ..  (0) 2010.11.04
그림자 없는 온전한 사랑에 대하여 ..  (0) 2010.10.29
'두 나무'  (0) 2010.10.20
'그래서? .. '란 그 질문에 ..  (0) 2010.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