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고요한 우물
이성선
허공에 꽃으로 안기거나
바람으로 울며 다니거나
내 돌아가 마지막 들여다볼 곳은
고요한 우물 뿐입니다.
이승을 구름으로 흐르고
삼십삼천 하늘을 학으로 날아도
돌아가 마지막 들여다 볼 곳은
고요한 우물 뿐입니다.
불꽃같이 타오르는 나의 일생
누더기 벗으며 닦고 닦아서
해로 뜨고 달로 뜨고
부서져 몸은 다시 별로 피어나도
변하여 걸어가는 내 모습 하나하나
남김없이 비추어주는 곳
나고 죽고 살아가는 온갖 길이
거울보다 더욱 잘 비치는 나라.
누가 나를 몰고
내가 또 나를 몰고 가는 닿는 땅
그 죽음에 이르러 들여다볼 곳도 오직
이 고요한 우물 뿐입니다.
죽는 순간의 내 눈빛이 담겨지는 곳
죽는 순간의 내 미소가 비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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