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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들 /1

여기에 우리 머물며 / 이기철

여기에 우리 머물며  

                         

                                이기철

 

 

풀꽃만큼 제 하루를

사랑하는 것은 없다

얼만큼 그리움에 목말랐으면

한 번 부를 때마다 한 송이 꽃이 필까

한 송이 꽃이 피어 들판의 주인이 될까

 

어디에 닿아도 푸른

물이드는 나무의 생애처럼

아무리 쌓아 올려도

무겁지 않은 불덩이인 사랑

 

안 보이는 나라에도 사람이 살고

안 들리는 곳에서도 새가 운다고

아직 노래가 되지 않은 마음들이 살을 깁지만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느냐고

보석이 된 상처들은 근심의

거미줄을 깔고 앉아 노래한다.

 

왜 흐르냐고 물으면

강물은 대답하지 않고

산은 침묵의 흰새를 들 쪽으로 날려보낸다

 

어떤 노여움도 어떤 아픔도

마침내 생의 향기가 되는 근심과 고통 사이

여기에 우리 머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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