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우리 머물며
이기철
풀꽃만큼 제 하루를
사랑하는 것은 없다
얼만큼 그리움에 목말랐으면
한 번 부를 때마다 한 송이 꽃이 필까
한 송이 꽃이 피어 들판의 주인이 될까
어디에 닿아도 푸른
물이드는 나무의 생애처럼
아무리 쌓아 올려도
무겁지 않은 불덩이인 사랑
안 보이는 나라에도 사람이 살고
안 들리는 곳에서도 새가 운다고
아직 노래가 되지 않은 마음들이 살을 깁지만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느냐고
보석이 된 상처들은 근심의
거미줄을 깔고 앉아 노래한다.
왜 흐르냐고 물으면
강물은 대답하지 않고
산은 침묵의 흰새를 들 쪽으로 날려보낸다
어떤 노여움도 어떤 아픔도
마침내 생의 향기가 되는 근심과 고통 사이
여기에 우리 머물며
'흔적들 > 1'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견디다 / 천양희 (0) | 2010.07.09 |
---|---|
상처 / 마종기 (0) | 2010.07.08 |
이 고요한 우물 / 이성선 (0) | 2010.07.05 |
내 몸 비어지면 / 이성선 (0) | 2010.07.04 |
비오는 날 / 헨리 워즈워드 롱펠로우 (0) | 2010.07.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