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볕에..
가을바람에..
온 몸을 내어주고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어머니를 만나뵈었습니다..
볼 것 많고
사고 싶은 것도 많아
계절 바뀌는 즈음.. 날 좋은 날이면
꼭 가게 되는 그 시장 입구 ..
늘 그 약속장소에서 약속시간보다 먼저 와 기다리고 서계시는
어머니가 보였습니다.
나이 오십을 바라보는 이답지 않게
약속장소보다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엄마 ~ " 부르며 손짓하는 저를 보자마자
온몸으로 환하게 웃으시며
몸보다 마음이 한 박자 더 앞섰는지
발보다 몸이 앞서 기울여 뛰어오시는 모습이 짠하게 가슴에 박혔습니다..
눈을 자꾸 비비시길래
가만히 살펴보니 눈이 개운치 않아보였습니다.
시야가 흐리니 자꾸 눈을 비비시는 것이었습니다.
피부가 저보다 희고 고와서
늘 "엄마 피부 나 줘.." 그랬고
어머니는 "그래.. 다 가져가라" 하실 정도로 좋았던 그 피부는
이제 영락없는 노인 피부처럼 얼룩얼룩 저승점들이 피어올라 있었습니다..
이제는 안타까운 마음도 사치스러운듯
그저 어머니 손만 꼭 잡고 시장을 돌아다녔습니다..
속으로 그랬어요.
이렇게도 평범한 하루이지만
사실 너무도 큰 축복의 날이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될 날도
그리 멀리 않았다고 말이예요 ..
세상엔 숨차게 인생을 하루하루 엮어가는 이들도 많은데
은혜속에서 평안히 살면서 .. 저도 이제 지쳐간다고 말씀드리기가 죄송하지만,
인생이 어떤 것이라는 것이 희미하게 가름이 되고 있는 요즘에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인생이라는 것이 갈수록 그리 가볍지 않은 무게로
제 어깨를 누르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느껴지는 대로
자연의 모습 그대로 반응하고자 하였습니다.
아니 그리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프면 아프다라는 느낌만 담기로 하였습니다.
지치면 열 일 제치고 쉬기로 하였습니다.
걱정스러운 일 .. 닥치면 그때 제가 할 수 있는 일만을 생각하기로 하였습니다.
오늘은 저의 역량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넘어서는 것들 .. 다 흘러넘처버리게 두기로 하였습니다..
그런 지침과 함께 어떤 무거운 세계가 제 가슴에 들어왔습니다.
제 눈에 펼쳐지기 시작하는 영적인 세계의 것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성서적 이해의 자리에 있다 해서
형제의 자리에서 밀어내치는 이기적인 차가움이 날카로운 칼이 되어
저를 겨누고 있는 그 상황이 두려웠습니다..
사랑없는 매정한 눈빛이 번뜩이는 칼날이 저를 질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육적인 기쁨보다 정신적인 기쁨이 저를 더 행복한 세계로 이끌어 왔듯이
육적인 총과 칼보다 정신적인 미움과 적의라는 총부리와 칼날이
이제껏 저를 더 위협하고 황폐시키는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저의 앞에 놓인 길이
바로 그런 길이라는 생각이 들어오는 요즈음이기에 ..
요즈음 저는 ..
그저 맥을 놓고 그저 바람에 저를 맡겨두고
제가 가지고 있는 양심과 정신의 소리에 다시 귀를 기울이고
저의 진실을 타진해 보고 또 그 진실을 가다듬고 있는 중입니다..
저 안에 저가 물어왔습니다.
평범하기 그지없고 능력 또한 평범 이하일지 모르는 네가
평범한 현실의 일상을 넘어 신의 은혜에 속하는 진리를 드러내고자
일반적인 사람들이 부담스러워 하고 싫어할 수도 있는 부분에 매이는 네 모습이
부끄럽지 않느냐고요..
사실 부끄러운 기분이 없는 것은 아니나
내가 받은 은혜의 크기가 너무 크기게
그것을 덮을 만큼의 부끄러움은 저에게 아니라고 대답했습니다..
저 안에 저가 또 물어왔습니다.
기쁨도 아픔도 함께 나누던 형제들이 아직은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는
날카로운 영역에 속한 성서이해 앞에 그 형제들의 외면과 비웃음을 감수하고..
평범하기 그지없고 능력면에서는 더더욱 부족하기만 네가
왜 그자리에 서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요 ..
평범과 비범? 능력 있음과 없음?
그거 본디 우리 것이 아니라
그것을 내신 분의 소유이니
그것의 있고 없음은 내 소관이 아닐 뿐더러..
빛에 속한 것이라면 그분께서 그것을 감당할 능력까지 함께 주실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스스로 어둠에 속한 것을 드러내면서 불 앞에 타버리는 먼지와 같이 되고 말 것이다..라고요.
그러나 만일
부족한 능력에 과분한 능력이 주어져서
제가 소유한 예수께 속한 구원의 은혜에 대한 성서이해가
하나님의 선하심과 은혜로우심을 더더욱 높이고 밝히는 일에 사용된다면
나의 평범함과 능력없음이 오히려
하나님의 능력과 살아계심을 더더욱 드러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요..
또한 ..
내가 알게 된 예수 그리스도께 속한 구원의 깊은 부분이
하나님의 깊은 사랑과 은혜..
그리고 그분의 공의로우심과 자비하심과 능력 많으심을 드러내는 것이기에
나의 양심은
"나의 침묵은 악한 것이다"라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사랑하는 아버지..
오늘 밤은 당신의 그늘에서 쉬고 싶습니다..
저로 정직하고 건강한 자연으로만 ..
제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제 몫만 충실히 행하다가 ..
당신의 안식 안에서 영원한 쉼을 얻을 날이 그립습니다..
오늘은 ..
일없이 행복하다가 또 일없이 서러워졌다가 ..
일없이 두려워졌다가 또 일없이 대담해지는 ..
여러 바람을 맞고 서 있는 ..
가을 좋은 날 속에 들꽃으로서의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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