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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해 달라는 말씀밖에 ..

아버지께서는 아시지요..

제가 얼마나 이기적이고 욕심 많은 아이라는 것을요..

 

정신적 육체적 생활에 여유가 나서야 그때서야

이땅에서 갚을 길 없는 은혜의 빚을 지고 있는

두 분 어머니를 찾아 볼 생각을 겨우 해보고

행여 바쁜 시간 중에 어디 아프시다는 소식을 전해 받더라도

내 식구들의 일정에 어떤 무리수를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겨우 낯을 내미는 배은망덕한 딸이자 며느리이지요..

저희 부모님께도 그러하니 이웃들에게는 또 어떠하겠는지요..

 

오늘 또다른 각도에서 저의 부끄러움을 보게 됨으로

그 사실로 구원의 은혜를 내려주신 당신께 참으로 더할 수 없는 죄인이 되었습니다.

 

평소 늘 제 주변에 계시면서 친언니 이상의 자리를 지켜주고 계시는

당신의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이교도 여인의 깊은 사랑의 모습에 가슴에서 올라오는 눈물을 쏟고 말았습니다.

 

매년 포도철이면 일년 먹을 포도즙을 집에서 만들 때면

철저한 채식주의자이신 친정 어머니께도 보내드리기도 했었지만

바깥 일을 하면서 집안 일을 도맡아 하게 되면서부터는 엄두도 못낼 일이 되어

어머니께 요긴한 음료가 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생각도 않고 있었습니다.

 

오늘 .. 언니같은 그분의 집에서 포도 삶는 냄새가 나길래

허리수술을 몇 달 전에 받은 이가 왜 저리 무리하나 싶어 속으로 나무라면서

저희 집에 올라와 저녁준비를 하고 있는데

저희 집에 있는 진공되는 공병이 있느냐고 물으러 올라오신 그분을 통해서

오늘 하는 포도즙은 제 친정어머니께 드리려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포도 다섯 박스..     

 

고마운 마음보다 화가 났습니다..

43kg의 약한 몸으로 ..

마취가 이내 깨지 못해 힘들어 하던 그 모습을 너무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저인지라

자신의 몸을 너무도 아끼지 않는 그분께

너무 화가나 그 앞에서 화를 내며 펑펑 울고 말았습니다.

무리하게 허리 쓰는 것이 겁도 나지 않냐고 퍼부어대면서 말이지요..

그분 앞에서는 화가나서 울었고..

 

그분이 당신 집으로 내려가시고 나서는

당신께 구원의 은혜를 입은 사람으로서

한 이방인 여인의 사랑의 깊이를 흉내도 내지 못하고

여전히 이기적인 옷을 벗지 못하고 사는 저의 모습에

당신께 죄스러워서 울었습니다..

 

저보다 더 선량한 이들을 여전히 두고서도

저를 구원하여 주신 당신의 은혜가 너무도 감당하기 죄송스러워

철저한 죄인의 모습으로 울어야 했습니다..

 

그 시간엔 용서해달라는 말씀밖에 당신께 드릴 말씀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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