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는 바닷가이었나 보았다..
작은 고동껍질부터 속이 하얀 조개껍데기가
한 번씩 나오곤 했으니까..
난 내가 누구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어떤 모습인지도 알 수 없었다..
난 나와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이를 본 적이 없었으니까..
내가 어떤 모습의 얼굴인지도 알 수가 없었다..
아니 거울이 없었다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었다..
내 얼굴을 비쳐줄 맑고 조용한 시내라도 없었다.
난 늘 외국인이고 이방인이었다
언어가 다르고 풍습이 달라 그들로 내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난 낙타 등에 오르기도 했었고 차도르 속에 낯선 외국인의 두 눈동자만 내어놓고 살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아랍권의 사람이 아니었다.
그들에겐 내가 어떤 영향을 주변에 미치지 않는
그저 한 사람의 자리를 채우는 차도르 걸친 한 사람에 불과했지만
난 알고 있었다.
내가 언어도 관습도 풍습도 다른 외국인이라는 걸 ..
어쩌면 그들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문제였을지 모른다.
그들이 나를 배신한 것이 아니라 아랍인도 아닌 내가
차도르를 걸치고 그들 사이에 있는 것이 속임수일지도 몰랐다..
난 거울이 필요하였던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사랑을 기다려왔다..
그러나 그건 통념적인 사랑노름이 아니었을지 모른다.
난 내 얼굴을 보고 싶었던 것일지 모른다..
내 언어가 그저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는 방언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 내고 싶었을 뿐인지도 모른다..
내 그리움은 그저...
내가 마주보고 있는 존경하는 얼굴에서
내가 되고픈 나를 완성하고 싶어서였을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