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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1/나의 일상

할미꽃 가족

엄마 나이 몇 살이야?

서른 일곱

그 이후로 내 엄마 나이는

서른 일곱으로 멈춰버렸다..

 

엄마의 생신으로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피안에 뜨거움이 여전히 서로를 인식하고 기억하고 있는 이들이

그저 바라만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하며 앉아 있었다.

 

서른 일곱의 엄마는 할미꽃이 되어 있었다.

 

마음이 가난하신 분 ..

그분에게 자신의 생일 따위는 없다..

그래서 케잌 같은 것은 사지 않은 지 오래이고

다만 모여 자식들이 맛난 것을 먹는 것으로 족하다..

 

새언니가 막 시집 와서 하던 말 ..

이집은 정말 이상해..

꼭 수도승들이 사는 집 같애..

무슨 형제들이 예의를 갖춰?

그거 서로 가깝지 않다는 거 아냐?

 

그 언니 ..

저도 어느새 보라색 할미꽃이 되어 있었다.

 

나는 창가에 피어 있는

할미꽃 무리를 보았다..

 

세월의 흔적은 남아있지만

여전히 어린아이같은 솜털 가득하여

여리디 여린 줄기마저 굽어 안타깝게 보이는

은은한 보라색 꽃들을 ..

 

가슴에 찍어 두었다..

해운대 바다가 가득 들어오는 창 앞에

행복하게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보라색 할미꽃 무리들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