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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죽음 안에서 받는 침례

당신의 정한 시간이 저에게 이르렀나 봅니다.

 

저의 믿음이 관념이었는지 실재였는지

당신의 저울대 위에 놓여졌습니다. 

 

저는 또 두려운 마음에

그 자리에서 도망치기 위해 뒤로 돌아섰습니다.

 

허나 이번엔 상황이 저번과 같지 않습니다.

제 발을 당신께서 걸어 놓으셨으니까요..

 

마치 세월의 냄새가 배인 아주 오래된 극장 안.. 

그 캄캄한 공간 안에 혼자 자리하고 앉아

귀에 아주 익지만 도리어 아주 생소하기도 한 목소리를 듣습니다..

 

오래된 흑백 영화 필름이 영사기를 통해 돌아가면서

당신께 드렸던 저의 기도들이 마치 꿈길처럼 연결되어 지나갑니다..

 

저의 기도가 분명하지만 영사기를 통해 화면에 뜨는 저의 모습들은

온기를 잃어버린 사진들을 이어 붙인 것처럼 낯설기까지 합니다..

 

그 기도들의 진실여부에 제 생각이 미치기도 전에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사람이 남기는 말과 행동은 그 자체의 에너지를 담고 있는 거구나.. 

그 에너지는 그 에너지의 원천인 우리 아버지께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어서

아버지께서는 우리의 모든 행적을 저절로 아시는 것이구나..'라구요..

 

갑자기 무한하게 주어지는 것같은 시간개념이 갑자기 두려워졌고

이제까지 쉽게 하던 말과 행동들이 모두 자기 에너지를 지니고 남아 있다는 것이 두려워져

저는 놀란 눈으로 급하게 제 입을 막고야 말았습니다..

 

저는 너무도 밝고 환한 불빛 앞에 그 어떤 것도 숨기지 못한 채 서 있는 제 모습을

아주 담담한 객관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부끄럽거나 두려운 마음은 조금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당신의 아들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씻기워질 수 있는 더러움이라는 것을

저는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단지 그리 길지 않는 시간을 보내면서 제게 스쳤던 그 모든 것들에 허무함만이

제 동공을 가득 채웠습니다..

 

당신의 저울대는 저에게

바람같은 감정과 그 감정으로 인한 저의 행동의 결과를 추궁하는 도구가 아니었습니다.. 

 

예수께 두는 네 믿음이 관념에 불과한 것인지 실제였는지를 묻는

당신의 시간 안이었습니다..

 

당신의 질문은 제 마음의 수면 위로 저절로 떠오르는 스스로의 생각입니다..

그 생각은 점점 구체적인 질문을 스스로 내어 놓게 되었습니다..

 

또 다시 제게 예수의 죽음에 관한 생각의 세계가 펼쳐졌습니다.

저는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구원에 이르게 하는 침례는 바로 예수의 죽음에서 함께 죽어 그분의 부활로 함께 부활되는 것이구나..라고요.

 

바울이 언급하였던 구원에 속한 신성한 비밀이란 ..

그 예수께서 그토록 간절하게 자신의 아버지이신 당신께 구원해 주십사 기도하시던 바

당신께서 그를 죽음에서 불러 일으키시어 당신의 우편에 앉히신 바로 그 구원의 방식대로

우리의 죄를 대속하신 예수의 죽음에서 우리의 죄를 함께 장사지내고

그분의 부활로 우리의 부활을 이루게 하시려는  

실로 감당하기 어려운 당신의 귀한 사랑의 뜻이자 방식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버지..

이토록 감사한 구원의 길을 받아 들고도

당신의 아들 예수의 죽음에 바로 달려들지 못하고 

허무하디 허무한 이땅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같은 자리를 서성이고 있는 저를

부디 용서해 주세요 ..

 

그러나 믿어 주세요..

저의 주인이시자 아버지이시자 하나님이기도 하시며

부활하셔서 아버지와 하나되신 성스러운 영 ..

성령이기도 하신 우리 주 예수께서 누리시지 않으셨던

그 어떤 기쁨을 제가 소유해보고자 하는 욕심은 아니라는 것을요..

단지 허망한 것이라는 사실 하나로 스쳐지나가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아름다운 것들을 제 가슴에 담아가고자 잠시 말미를 달라는 것 뿐이라는 것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