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저더러 그랬습니다..
자기 방어는 죽어라고 못하는 위인이라고 ..
저는 야생의 치타입니다..
그 까만 얼룩점 .. 크고 작은 까만 무늬 ..
그것 모두 ..
크고 작은 상처의 딱지가 떨어지고 난 흔적입니다..
평탄하기만한 인생에 무슨 상처가 많았냐구요?
본디 제가 우박만 맞아도 멍이 들고, 천둥번개만 쳐도 기절하던 미숙아였지 않았습니까 ..
제 인생은 꼭 제게마저 사기를 치는 것만 같았습니다.
몸에 난 상흔이 외관상 도리어 자연스럽고도 나름 우아한
제 몸을 두른 무늬가 되었으니까요 ..
그 무늬가 모두 내면의 나름 고통의 상처라는 거 .. 저만 알지요..
제 인생은 꼭 그렇게 제게 사기를 치는 것만 같았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제 아무리 모질게 넘어져도 골절상은 절대 입지 않았으니까요..
넘어진 흔적도 남지 않고 .. 겉으론 멀쩡 했지요..
뼈가 욱신거리는데도 말이죠..
그리고 제 아무리 딱딱한 뼈를 씹다가도 이빨이 부러지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이빨이 시큰거려 먹을 때 .. 침으로 녹여 먹어도 ..
어느 누구도 제 사정을 몰랐습니다.
이런 저를 조금 아는 이들은 저보고 진짜 재수 좋은 녀석이라고 도리어 부러워하기까지 했습니다.
그 말을 가만히 듣고 있는 저는 속으로 조용히 비웃었습니다.
캄캄한 밤.. 밤의 어둠이 녹아 내린 까만 눈물자국이 생기던 그 시간에
너희는 달빛 아래 자고 있었다고요 ..
물론 ..
대부분의 제 몸을 두른 얼룩점들은
조심성 부족한 제가
자는 사자 발을 밟고 지나가다 물렸거나
사냥하다 약하게 보이는 놈들한테 되레 물린 .. 제가 불러들였던 상흔이었지요..
그러나 아버지 .. 저는 지금 많이 아픕니다..
제 몸에 점과 같이 되어버린 오래된 검은 얼룩들이 모두 다 들고 일어나 아픕니다..
어쩌면 상상력과 감수성이 지나치게 좋은 탓에
그 얼룩을 들여다 보게 되는 지금
막 다쳐 피가 날 때처럼
새삼스럽게 통증이 되살아 나는 착각 속에 가두어진 것일지도 모를 일이지요..
그런데 아버지 ..
제 몸에 두른 검은 점과 검은 눈물자국으로도 부족해
더 상처를 입을 것이라구요?
온 몸을 아예 죽음의 색깔 새까만 색의 표범으로 만드실 작정이신가요?
저는 멈추고 싶습니다..
이제 그만 .. 말입니다..
아.. 아버지.. 그래도 허상일지라도
제 인생에 몇 가지 아름다운 것만은 남기고 싶습니다..
비록 무지개빛 허상이라도 말이지요..
환한 햇살을 받으며 요트를 즐기고 있는 제 남편은
저더러 또 무서운 꿈을 꾼다고 제 꿈에서 이야기를 합니다..
대체 까만 얼룩점들을 두르고 있는 저 약하디 약한 치타는 누구인지요?
어떤 것이 현실이고 어떤 것이 상상 속 이야기인가요 ..
대체 누가 진짜 저 인지요?
근데 설마 아버지께서도 제가 엄살이 진짜 많다고 웃으시는 거 아니시겠지요?
다 나았는데도 상처를 볼 때마다 울고 또 우는 ..
그런 소란스러운 어린애로 설마 여기시는 것은 아니시겠지요?
설마.. 설마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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