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나는 가야한다..
바람에 머리칼 헝클어져 쑥대밭이 되어도 ..
비오는 흙길 지나쳐 내 신발과 겉옷 다 젖어도 ..
날 개여 볕 좋은 날
안온한 초원 만나면 그때 ..
그때 머리도 곱게 빗고 흙덩이된 신발도 시냇물에 씻어 말리고
겉옷도 투명하도록 맑은 그 시냇물에 씻어 말려 입고 ..
그참에 좀 쉬었다 가야지..
지금은 멈추지 말고 가야한다..
지금은 앞만 보고 가야한다..
서럽고 외로운 길일수록 그리 가야한다..
서럽고 외로운 길일수록 앞만 보고 가야한다.
서럽고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일수록
차라리 눈을 감고 가야한다..
아차피 눈으로 보여 온 길이 아니지 않던가 ..
그 길에서 무얼 보려 애를 태우는가..
그 애태움에 신발은 더 무거워지고
젖은 옷은 점점 더 내 옷을 무겁게 하여
가는 걸음 멈추고 그냥 주저앉아 울고 싶어질텐데 ..
그러니 가야한다..
그러니 앞만 바라보고 가야한다..
지금 비록 ..
헝클어진 머릿카락에
비바람에 나부끼는 옛 성터의 찢어지고 탈색된 깃발같은 내 옷자락을 가지고서라도
나는 걸음을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날이 개이고 새로운 날이 도래하면
그때 찾는 자손없어 잡풀 무성한 옛 무덤같은 내 머리 파란 창포물에 씻어 곱게 빗고
투명하다 못해 파르스름한 냇가에서 빨아 말린 내 겉옷 곱게 다시 입고
그때 잠시 쉬었다 가야지 ..
그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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