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차창 밖으로 소리없이 내리는 차가운 비가
나의 감성의 세계를 흔들어
가을바람 마주하고 선 억새의 텅빈 가슴이 되게 하였다..
애써 키운 곱디 고운 꽃이
일순간 몰아친 바람에 꽃송이 풀어져 바람과 함께
하늘로 흩날리며 올라가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하는 부모의 마음이 되어
저 흐린 하늘을 촛점없는 눈으로 한참을 바라보았다..
이미 혈육과 매한가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언니같은 분이 그랬었다..
사람으로 사는 것은
독해졌으니까 사람으로 살 수 있는 것이라고 ..
그래..
오늘은 꼭 그 마음으로 살아야 했다..
마음으로는 절대 끊어내지 못할 것 같아도 ..
세월은 결국 그것이 가능하게 하였다..
내 아버지의 죽음을 그분이 누워계신 무덤을 보고서야
나는 받아들일 수 있었다 ..
가족들의 증언도 ..사진도 필요없었다 ..
무덤가 비석에 새겨진 이름과 묻힌 날짜만이
억지로 부인하고 싶은 그 마음을 결국 굴복시킬 수 있었다..
그때야 진짜 울음이 터져나왔었다..
이상하게 눈물만 맺히고 울음이 나질 않았던 그 이유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 막아서고 있었던
억지성 나의 의지였음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사랑하는 이를 일순간 잃는 아픔만큼 사람에게 있어 잔인한 고통은 없지 싶다..
내 아픈 사랑들 ..
가슴으로 가만히 안아줘 위로해 주고 싶다 ..
함께 슬퍼하는 것밖에 무슨 위로가 위로가 되겠는가 ..
사람이 독해졌으니 사람으로 살 수 있는 것이다 ..라는
그 말은 참으로 깊은 아픔의 늪에서 올라 온 연잎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