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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눈을 감기시고 ..

하나님 ..

넉넉한 이 아침에

제 눈을 감기시고

저로 저의 모습을 살펴보게 하소서..

 

간밤에 저의 아버지의 무덤 앞에서

슬피우는 제 모습을

꼭 남처럼 보았더랬습니다.

 

그 슬픔의 근원이 어디인지도 모르는 가운데

저도 그만 영문 모르는 아이 따라울듯 함께 울었습니다..

 

하나님.. 나의 아버지

오늘 넉넉한 이 아침 햇살 받으며

눈을 감고 있사오니

제 심장 속에 존재하는 눈물의 호수를 가만히 들여다 보게 하시어

그 호수의 물을 더하는 

그 근원이 어디에 속한 것인지를 깨닫게 하소서..

 

영원하신 나의 아버지 ..

저 유리창에 건강하게 내리쬐고 있는 햇살은

어제의 햇살이 아니듯

제 믿음의 호흡 또한 어제의 호흡이 아니게 하소서..

 

매일 아버지께 받는 한날의 새로운 도화지에

매번 새로운 믿음으로 ..

매번 새로운 영혼의 노래로 ..

늘 새로운  건강한 그림을 그려낼 수 있게 하소서..

 

죽어 사라져야 할 모습에 연연하지 않고

새롭게 다가오는 시간과 함께 새로워져야 할 영적인 모습에

온 정신과 마음을 다하게 도와주소서 ..

 

육신의 끈끈한 피의 점성과 자극적인 붉은색을 

당신 아들의 피로 담백하게 말갛게 하여주셔서 

제게 허락된 날들 속에

물처럼 바람처럼 가벼웁게 흐를 수 있게 하소서 ..   

 

사라져가는 저의 육신의 겉옷에

아로새겨진 추억의 무늬에 더이상 마음이 머물지 않게 하시어

그림자도 남지 않는 빛에 온 정신과 마음을 쏟게 하소서 ..

그래서 더 이상 제 심장에 존재하는

시린 호숫물과 그 안에서 살고 있는 몸이 파란 물고기의 존재를

볼 수 없게 하여 주소서..

 

그 존재를 사라져가는 역사의 시간에 던져주고

그것들과 하나되어 살아왔던 저의 심장도 따라 보내게 하여 주소서..

 

그래서 진정 깃털처럼 가벼운 영혼으로

당신 뜻이 머무는 어느 곳이든 갈 수 있게 해 주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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