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의 고비를 막 지나
이마에 땀을 막 식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올 즈음에
나의 자리를 확인하고 ..
새로운 계절을 잉태하기 위한
인고의 계절이 한창 때
또다시 나의 자리를 재확인해 오기를
스물 두 해가 되었다..
이곳에 뿌리를 막 내렸을 적에
다섯 살 조카는
이제 서른을 내다보게 되었고
조카가 결혼하려고 맘 먹고 있는 친구를
이제 조카 윗대의
집안의 작은 부모의 눈으로 이리저리 살펴보는 때가 되었다..
그래도 그자리는 무겁다면 무거운 자리가 분명한 것이
내 옛둥지로 가기 위한 채비를 할 때 확실히 느껴진다.
내가 사는 것이 늘 여유가 없어
가족 모두 함께 내 옛 둥지에 들러
내 피붙이들을 만나는 것은 설..추석 ..명절 두번 밖에 없다..
그렇게 가는 길에서
나는 늘 ..
의무나 책임이라는 무거운 겉옷을 내려놓고
그 무거운 겉옷 속에 접어둔 두 날개와 부리만 가지고 가는
홀가분한 느낌을 받는다..
그건 아마
명절을 치뤄 낸 며느리의 한숨 돌리기에 맞물려 이어지는 여유이기에
그 여유로운 한몫을 더하는 것이리라 싶다..
난 명절 때 친정을 다녀오면서 느끼는 느낌은 늘 한결같다..
내 친정은 꼭 조용한 새들이 사는 새둥지같다는 느낌이다..
부리도 그리 뾰족하지 않고 짧은 새들의 둥지..
볕 좋고 바람 자는 날과 .. 바람이 드세어 몹시도 괴로운 날에도 ..
한결같이 풀벌레 소리같기도 하고 풀피리 부는 소리같기도한 소리로
들리는듯 마는듯 자연의 소리를 내는 새들 ..
여린 새들이라 ..
가느다랗고 키만 훌쩍 큰 나무 위에 위태롭게 걸려있는 새둥지인지라 ..
늘 아스라한 마음을 가지고 돌아온다..
꼭 어느날 갑자기
언제 그 둥지가 있었냐는듯 사라지고 말 것같은
두려움을 지니면서 말이다..
그 두려움이 커
어느날 그 두려운 날에
그 여린 새들은 뿔뿔이 흩어져
인천이고 천안을 가지 않고서는
같은 날개짓과 같은 여린 부리와 ..
자연을 닮은 같은 소리를 내는
내 눈에 너무도 익숙해버린
그런새들을 더 이상 못 볼 것이라는 불안감이 늘 엄습해 온다..
오늘 친정을 다녀오는 길에 내 딸아이는
"아 따뜻하고 부드럽다.."며 행복해 했다..
그 말을 하는 딸애에게 나는 왠지 모를 뿌듯한 기분의 웃음을 지어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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