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에 비친 얼굴
익숙하지만
사실은 전혀 익숙치 않다.
사진을 본다.
과거의 사진은 익숙하지만
현재의 사진은 전혀 익숙치 않다.
그건
호흡같이 내 것이 된 기억이
스며있지 않는 얼굴은
찰라적인
허공을 찍은 사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앨범 정리를 한다.
다시 내 손에 잡히는 사진은
이제 나에겐
사진 속 배경과 인물이
잘 나온 사진이 더이상 아니다.
그 속에 담긴 기억이
막을 수 없는 연기처럼 피어나는
그런 사진이다.
또 허공 속에
기억이라 할 것도 없는
상상의 연기 속에
서 있는
익숙한 내 얼굴이 떠오른다.
그 얼굴과 함께
내 마음에 새겨진 얼굴들이
강물에 구름 지나가듯
강물 위로 스쳐지나 간다.
생시였는지 꿈이었는지도
도저히 알 수 없는 이름이 되어 ..
아들아이를 보는 것은
아이 어릴 적 내 생활을 담은 비디오에서
여러 컷의 사진을 뽑아 내는 것 같다..
아이들을 보는 것은
내 앨범을 보는 것과 같다.
그 안에 내가 있고 ..
허공을 응시하는 그 허한 눈빛 속에
많은 나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어쩌면 ..
거울을 보는 것보다 더 선명하게
사진을 보는 것보다 더 진실되게 나타나 있는 것이
내 아이들의 모습인지 모른다.
만일 ..
내 안의 정신 세계가
그 영혼들에게 비쳐지지 않고 살아왔다면
내 인생은 늘 전쟁 속에서
끼니만 챙겨먹고 추위나 더위에 옷만 바꿔 입고 산
불행한 인생이었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간에 ..
그래서 난 ..
두려운 마음으로
그네들에게서 어떤 향기가 나는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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