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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1/5

거울

거울에 비친 얼굴

익숙하지만

사실은 전혀 익숙치 않다.

 

사진을 본다.

과거의 사진은 익숙하지만

현재의 사진은 전혀 익숙치 않다.

 

그건

호흡같이 내 것이 된 기억이

스며있지 않는 얼굴은

찰라적인

허공을 찍은 사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앨범 정리를 한다.

 

다시 내 손에 잡히는 사진은 

이제 나에겐

사진 속 배경과 인물이

잘 나온 사진이 더이상 아니다. 

 

그 속에 담긴 기억이

막을 수 없는 연기처럼 피어나는 

그런 사진이다.

 

또 허공 속에

기억이라 할 것도 없는

상상의 연기 속에

서 있는

익숙한 내 얼굴이 떠오른다. 

 

그 얼굴과 함께

내 마음에 새겨진 얼굴들이

강물에 구름 지나가듯

강물 위로 스쳐지나 간다.

생시였는지 꿈이었는지도

도저히 알 수 없는 이름이 되어 ..

 

 

아들아이를 보는 것은

아이 어릴 적 내 생활을 담은 비디오에서

여러 컷의 사진을 뽑아 내는 것 같다..

 

아이들을 보는 것은

내 앨범을 보는 것과 같다.

 

그 안에 내가 있고 ..

허공을 응시하는 그 허한 눈빛 속에 

많은 나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어쩌면 ..

거울을 보는 것보다 더 선명하게

사진을 보는 것보다 더 진실되게 나타나 있는 것이

내 아이들의 모습인지 모른다.

 

만일 ..

내 안의 정신 세계가

그 영혼들에게 비쳐지지 않고 살아왔다면

내 인생은 늘 전쟁 속에서

끼니만 챙겨먹고 추위나 더위에 옷만 바꿔 입고 산

불행한 인생이었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간에 ..

 

그래서 난 ..

두려운 마음으로

그네들에게서 어떤 향기가 나는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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