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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1/5

공존

팔자나 운명같은 것이 존재한다면

내게는 두 가지 길의 가능성이 함께 할 것 같다.

 

그건 나에게는 전혀 다른 느낌의 두 모습이 있다.

 

공주 팔자이거나 아니면 하녀 중에서도 가장 불쌍한 하녀의 팔자..

 

땅거미가 지고 난 이 시간에 나는 손이 아주 불편하다.

손톱 끝이 그 새 딱딱해지고 거칠거칠해져 로션을 계속 문대고 있다.

 

그건 ..

우습게도 식사준비와 집안 일을 마치고 나왔다고

내 손이 데모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션을 바르지 않으면 진짜 못사는 집 아낙네처럼

손이 허옇게 일어나고 손끝이 거칠거칠해 진다.

난..걸래만 짜도 손에 물집이 잡히는 체질이다. 

피부가 약간의 자극이나 먼지에 전혀 면역이 생기질 않는다..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면

고생 안 하고 살아서 그렇다고 하지만 전혀 그렇지는 않다.

날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나에게 고급스런 것은 없다.

먹는 스타일도 그렇고 생활 스타일도 마찬가지다 ..

 

같은 일을 해도 굉장히 고생하는 것 같이 보이고 ..

좀 추워도 못 먹어서 속이 허해 떠는 것처럼 떨고 ..

그래서 사실 득을 보는 편이다.

세상엔 착한 사람들이 많아 불쌍해 보이는 나에게 필요이상으로 위해주니까 .. 

 

때때로 사람들은 나를 보고 놀란다.

그것은 

화장기는 커녕 파마기도 없이 내 편한 스타일의 옷차림으로 다닐 때와

머리 손질과 격식 갖춘 정장 차림의 모습이 극과 극을 달려서 이다.

 

촌스럽게 생겼다 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아니다..지적으로 생겼다 하기도 하고..

그런데 좀 불쌍하게 생겼다라는 소리는 기본 베이직으로 듣는 소리다.

 

우리 남편은 나의 불쌍한 그런 모습에 늘 속는다.

 

보통 여자들이 하는 집안 일을 하고 난 후에

세월의 면역력없이 늘 예민하게 반응하는 내 손과 발과 ..

조금만 허리를 쓰고 일 해도 허리를 펴지 못하고 구부정하게 다니는 모양새로

내가 아주 고생하고 사는 걸로 오해하고는 미안해 한다.

사실 내가 일에 서툰 것은 모르고 ..

 

옛날 내 시집살이도

바로 남편의 그런 태도가 시어머님의 눈에 가시같이 보였던 것일 수도 있겠다 싶다.

 

사실.. 집안 일.. 그거 내 체질이 아닌 것 같다..

 

음식 만들기는 좋은데 설걷이는 싫고...

빨래 다리는 것은 좋은데 빨래하기는 싫으니 ..

 

나에게 고급스런 것은 없으니 솔직히 공주팔자일 리는 없을테고

하녀 팔자라면 하녀 중에서도 하녀 뒷치닥거리나 하는 그런 하녀급의 꼴이 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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