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웃들은 가난하다.
다른 지역에 비해서 생활보호 대상자 비율이 아주 높은 편이다.
독거노인들 .. 장애인들 .. 결손가정의 아이들 .. 알콜 중독자들 ..
내가 늘 생활하는 곳이 열린 공간인지라
그 이웃들과 늘 함께 호흡하고 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
하나도 걸치지 않은 인간의 본연의 내.외적인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보게 된다.
예술도 .. 문학도 ..예절도 ..
그들에게는 사치였다.
겉치례적인 품위를 비웃으며
동물적 배고픔이으로 인한 도둑질이 어떤 면에서는 차라리 善이 되었고 ..
점점 녹고 있는 작은 얼음판 같은 그 善은
결국 어두운 세계의 바다로 이끌어 내리는 빠른 물살과 같은 것이 되었다.
물론 그런 상황에서도
그 어려움을 딛고 우뚝 바로 서는 훌륭한 인격의 사람들도 생겨났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이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많은 것이 이곳의 현실이었다.
품위나 예의는 ..
인간의 동물적 자기보호의 본능이 어느 정도는 채워지고 나서야
걸칠 수 있는 겉옷과 같은 것이었다.
그들에게는 ..
타고난 기질과 개인의 성향의 차이는 존재하겠지만
적어도 나 자신마저도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라는 확신은 가질 수 없었다.
우리는 한 겨울에도 한 번씩 환기를 시킨다고 온 사방의 문을 열어야 한다.
바로 지린내 때문이다.
돌봐 줄 이 없는 노약자들에게서 나는 이 역한 냄새는
손가락질 할 수 없는 우리네 흔적이기에
그들이 머물고 간 자리를 닦고, 사방의 문을 열 때마다
난 늘 마음이 가난해져 온다.
모두 내가 남기고 간 흔적일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
못 사는 동네 ..
사건과 사고 소식에 자주 들먹여지는 이름의 동네일지라도 ..
더 아상 포장되지 않는 감정상의 부담스러운 표현들이 난무하는 분위기 일지라도 ..
그런 만큼 ..
더 포장되지 않은 소박한 마음들을 만날 수 있고
머리로는 용납할 수 없어도 이미 마음으로는 이해되어
욕을 하고 싶으나 입이 열리지 않아
엉뚱하게 가슴이 뜨거워져 화상을 입게 만드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신들이 실수가 많아 남의 실수에 관대하고
자신들이 배고파 보았으니 남의 배고픈 사정을 헤아려 줄 줄 알고
인생의 극한을 비교적 자주 보아왔기에
하나님은 몰라도 적어도 교만하지는 않는 사람들..
그들이 ..
나로 하여금 ..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지 않도록 해 준 스승이었다.
그들이 내 본질을 잊지 않게 해 준 투명하게 맑은 거울이었다.
내 가난한 이웃들이 내게 가르쳐 준 것은
하나도 걸치지 않은 인간의 초라한 본래의 모습과 ..
죄의 결과인 죽음이 도리어
죄의 결과로 빚어지는 모든 고통들의 극한으로로부터 쉼을 얻게하는
신의 은혜였다는 깨달음이었다.
가난한 나의 이웃들..
그들이 이제 ..
나의 스승이 되었고 나의 사랑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