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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1/5

다시 나타난 왠수

어제 ..

몸살 기운이 있어

한참 늦게 약국에 나왔더니

우리 왠수가

약국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그집에서 만들어 입힌

초록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꼭 ..

같은 동네로 시집 보낸 딸이  

시댁에서 귀염받는 냄새 폴~ 폴~ 내면서

친정 문 앞에 나타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어찌나 반갑고 기분 좋던지

꼭 끌어안아 예뻐해 주었다.

내려주었더니 나를 따라 약국에 들어와선

갑자기 달려든 미키한테 물리고 다시 도망가버렸다.

 

보내고 나서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말티즈라면 집 안에서 키우는 개일 뿐더러

차 다니는 길에

한 식구가 된지 하루밖에 되지 않는 아이를

혼자 내보냈다는 사실이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았다.

 

데려간 집주인이 들어오려면 들어오고

나가고싶으면 나가란 식의 행동이 아닐까 싶어 

밤새 마음이 쓰였다.

 

아니나 다를까 ..

오늘 오전에 ..

약국 앞을 또 서성이고 있는 것이었다.

 

걱정스러웠지만 그래도 정확한 언급이 아직 없는터라

우리 집에 정을 붙이면 안될까 싶어

나무래서 보내면서 보니 

어제까지 없던 뻘건 피부반점들이 보인다.

 

아마도 어제 종일토록 오줌 묻은 옷에 실려서    

그 보드라운 피부에 염증이 벌써 온 것 같았다.  

 

그렇게 보냈는데..

들리는 소문이 수상하다.

 

아이가 너무 별나고 사부작대며

온 방마다 똥칠을 해댔다는 것이며 ..

방문 틀을 쬐다 긁어 놓았고 ..

두루마리 휴지 세 개를 죄다 풀어놓고 ..

목줄까지 다 끊어 놓았다고 ..

.....

그래서 나가고 싶으면 나가라고 내 보낸 것이란다 ..

 

다시 밤은 되었는데..

초록색 옷은 다시는 보이지 않는다.. 

 

어쩌나..

하도 붙임성이 좋아서

누군가가 나처럼 또 데려간 걸까?

 

왠수 ..

그 왠수는 ..

개에 미쳤다 싶도록 좋아하고 ..

일 없고 환경 좋은 한량들이나 .. 겨우 키울 수 있을건데 ..

요즘 세상에 그 두 가지 조건을 다 갖춘 여자가 어디 있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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