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운전하는 것이 지겨워졌다.
내가 사는 동네가 부산 외곽지역에 위치해 있어서 아이들 교육환경으로서는 아주 열악한 편이다.
그래서 아이들 교육을 시내 중심가에서 시키려다 보니 나는 ..
아이들을 태우고 다니는 달리는 말이어야만 했다.
큰애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되는 일이니
이제는 슬슬 지겨워질만도 할 때도 되었다 싶다.
어제는 운전이 더 지겨웠다.
요즘엔 차에서 듣는 음악도 새로운 것이 없고 ..
날씨도 날씨인만큼 에어컨을 켜면 기침이 계속 나고 끄면 무지하게 덥고
문을 열면 그 소음과 습기에 혼이 빠질듯 하고 ..그래그래서 운전이 더 지겨워진 것 같다.
어제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차를 돌리다가 음식점 앞에 세워둔 오토바이를 박았다.
다행히 음식 배달용으로 사용되는 세워진 빈 오토바이였고
지나가는 사람도 없어 다친 사람도 없었기에 일단 안심을 했다.
조금 편안해진 마음으로
주인으로 보이는 삼십대 초반의 남자에게 수리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댈 것이니
수리하고 난 영수증를 제시하시면 약국에서 지불해 드리겠다고 말하며 미안함을 함께 전했다.
난 더운날 성가시게 하고 일단은 넘어진 오토바이가 상했을 것에 대한 미안함을 가지고 있었지만
어쨌든 그렇게 순조롭게 해결될 줄 알았다.
그런데 분위기가 그렇게 돌아가지 않고 뭔가 감당이 되질 않는 쪽으로 가면서
상황에 맞지 않게 내가 도리어 은근히 화가 나게끔 되었다.
문제가 생긴 모든 부분을 책임지겠노라고 분명히 이야기 했는데..
시동이 잘 안걸리는 부분까지 은근히 말 밑에 깔고
깨어진 미러와 바퀴 측면에 붙은 범퍼 부분을 손으로 더 재껴 보이며
어떻게 하겠냐고 물어오는 폼이 수상하고 내가 감당해낼만한 사람이 아닌 것같아
보험처리를 하겠다고 뜻을 밝혔다.
그는 신고를 하겠다고 했고 ..
남편이 올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요청을 했고..
내가 약해지는 모습에 기세가 당당해지며 왜 신고를 못하게 하느냐고 따지길래
그러면 신고를 하시라고 했고 ..
드디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황의 자리에 경찰차가 도착했다.
허접한 일에 불리워진 것을 알게 된 경찰 아저씨는 그냥 좋게 해결하시라 하니
대뜸 .. 사고를 내어 놓고 미안하다는 소리도 없이 경찰을 부르라고 했다며
이상한 인격의 사람으로 날 몰아부쳤다.
내가 가장 못견뎌하는 거짓말과 거두절미된 표현을 가지고 도리어 큰 소리를 치는 그의
인간성 앞에 내 말초적인 성질이 드러났고 ..
남편의 중재로 평소 나답지 않게 미안하다는 말조차 않고 먼저 집으로 올라왔고 ..
결국 남편이 미안하다 사과하고 돈 5만원을 주어 사건을 종결시켜야 했었다.
이유야 어쨌든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지도 못하고 그 자리를 떠난 ..
내 마음의 그릇작음과 ..
내가 싫어하는 칼라에는 말초적인 성질을 그대로 내어 놓고야마는 나의 초라한모습에
마음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엇이 상황을 그렇게 이상하게 몰고 갔을까?
자랑스러울 것 하나 없는 그 일에서 내가 반성할 것이 있다면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했어야 더 좋았을까?라는 생각에 빠지게 되었다.
그는 생명이 거의 다 되어가는 오토바이를 수리하는데 돈을 쓸 마음은 그다지 없었고
처음부터 미러 하나 바꿔 끼우고 나사 하나 박아 범퍼를 고정시키고
나머지 웃돈으로 쓸 용돈을 벌려고 했던 것 같다.
자존심이 세서 자신의 그 구차한 욕심은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
약간 겁을 주어 받아낸 공돈의 여유를 좀 즐겨보려는 심사였던 것이 분명하였다.
그런 자신에게 자신의 뜻과는 전혀 방향이 다른
격식있는 사과나 흠잡을 것없는 사무적인 일처리의 시도가 그에겐 답답하고 신경질이 났던 모양이었다.
내가 본디 융통성이 없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
오늘 일도 내 방식대로만 생각하고 내 방식대로만 일을 해결하려했던 고지식함이 문제였던 것이라
생각되었다.
난 여전히 어리고 융통성 없으며 고지식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게 되었다.
내 어찌 나이 오십을 바라본다 하겠는가.. 애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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