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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1/5

도둑이 제 발이 저려 ..

"남자가 담배를 피우는데 여자는 왜 피우면 안된다고 생각하는지 몰라요!"

 이 말은 내 딸아이의 이야기가 아니라 아들아이의 말이다.

 ...

 건강에 안 좋은 거니 손에 대지 않는 것 정도 이상으로 요구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나는 담배 피울 것 같으면 구석진 곳에서 몰래 피우는 것보다도

 당당하게 내 놓고 피우는 여자가 더 좋아요.

 그리고 자기 전문적인 일이 있는 여자가 더 좋구요" 

 

6월 모의고사를 치고 부산으로 내여온 아들아이와 딸아이와 함께 장래 배우자감에 대해서

이야기를 재미나게 하던 중 .. 아들아이의 답변이었다.

 

순간 내 머릿속에서는 많은 생각의 필름들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아들아이는 상당히 보수적이었다.

제 엄마의 생활이 거의 약국과 집 범위 안에서만 이루어졌었고

개인적인 생활을 즐기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어서인지 

저녁 시간에 외식을 할 경우 ..

아줌마들끼리의 웃고 떠들고 노는 모임에 대해서 지나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화려하게 멋을 내는 여자들에 대해서도 ..

 

그때 아들 아이는 제 엄마의 일상이 여자의 이상적인 스탠다드로 여기는 듯하여 

걱정이 되었었다.   

나는 가구처럼 살아왔으나 ..

내 며느리는 내 아들아이와 함께 언제든 푸른 잎을 지니고 있다가

제 철되면 꽃을 피우는 커다란 화초로 살아주기를 바랬으니까.. 

 

그런 아들아이가 평소 그아이답지 않은 말을 하니 ..

공부에 올인해야 하는 지금 이 시절에 ..

혹시나 자유분망한 여자 친구가 생겼나 하는 불안한 생각이 먼저 스쳤다.

 

그래서 이리저리 살펴보았고 그런 것 같지는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는 ..

주변의 평화를 위해서 자신의 색깔이 없이 무색무취로 살아온 제 엄마의 모습을 보고

선명한 색깔과 자기 주장을 가진 여자를 도리어 치우치게 선호하게 되었나 하는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것일지도 모르는 생각에 집중되었다.  

 

혹시라도 주변을 살피는 마음이 부족한 상태로 자기 색깔 자기 주장이 강한 스타일의 아이에게

앞으로라도 마음이 끌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드는 순간이었다..

 

딸아이는 강하고 활동적인 스타일보다 ..

조용하면서도 속깊게 주변에 마음을 써주는 선비스타일을 선호하고 있었다.

 

우리 때만 하여도 사랑 하나면 다른 것은 다 극복되었으나 ..

요즘 아이들에게는 그것은 불가능 한 일이 되었으니 좋은 배우자감을 만나려면

자신의 실력과 내면의 얼굴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방법 밖에 없다는 ..

내가 진짜 싫어하는 온기없는 문자적인 말로 우리들의 대화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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