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친구가 일본에서 온다.
바쁜 중에 일부러 부산을 경유하는 친구가 고맙기 그지없다.
뭘 좀 해서 맛나게 먹일까 싶어 고민하다가
매뉴를 정하고 시장을 봐 놓고는 ..
실지 대면은 처음이라 좀 예쁘게 보일 요량으로 커트를 치기로 했다.
십 년 넘게 내가 고집하는 그 미용실은 내 취향을 잘 알기에 어떤 말이 필요없어 편하고..
말 수는 별로 없지만 늘 같은 얼굴과 자세로 성실하게 일하는 원장을 개인적으로 참 좋아한다.
보통 말 없이 맡기는 편이지만 ..
앞 머리쪽을 손질하는 그 타임에 "앞 머리를 조금 짧게 해주세요."라 주문을 넣었다.
"예"란 대답과 함께 가위가 싹둑하였고 ..
순간 ..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스쳤다.
멋과 별로 인연이 없는 나에게 그렇게 느껴졌다면 원장도 그렇게 느껴졌을 것이고 ..
원장의 손은 옆 머리쪽으로 가더니 전체적인 가위질이 다시 시작되었다.
본디 내 얼굴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극과 극을 달린다.
'좀 시골스럽게 생겼다'부터 '은근하게 야하게 생겼다'까지..
거울을 보니 영화 '미션'에 나오는 남미 원주민 소년의 얼굴이 떠올랐다.
애그.. 좀 예쁘게 보이려다가 망했다 싶었다.
돌아와서 "아이큐 10은 떨어져 보이지?"라 물으니 기분나쁘게 웃고만 있지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도리어 내 질문에 더 확실한 긍정의 말도장은 ..
"앞머리는 금방 자라!"라는 위로의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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