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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1/5

야성

아침에 눈을 뜨면서 답을 찾았다.

 

'야성'이었다. 그래 그 '야성' 때문이었다.

무리짓지 않고 혼자 떠도는 것이..

 

광활한 초원을 덮고 있는 어둠 .. 하얀 달 아래 ..

웅크리고 외로움에 떨면서..

'내일은 오늘과 같이 살지 않을꺼야!'라고 다짐하고 잠이 들었다가는..

 

지평선 위로부터 붉게 물들이며 동이 틀무렵만 되면 ..

아침 해의 기운만 보면 ..

눈에 빛이 나기 시작하면서..

저도 어쩔 수 없는 야성으로 돌아가버리는 치타.

밤의 눈물자국이 그대로 남은 그 치타가 바로 나였다.

 

어젯밤에.. 남편과 함께 고민을 했었다.

그것은 나의 독백같은 질문 때문이었다.

 

사람들을 옆에 두고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관리하는 부분이 문제로 느껴졌기에 던진 질문.. 

"내 성격에 결함이 있는 걸까?"라는 갑작스런 그 질문에 남편은 필요이상으로 신중해졌다.

 

마음으로 그들의 기쁨이 나의 기쁨이 되고..

그들의 괴로움이 진짜 나의 괴로움으로 와닿지만..

늘 비슷한 생활에 한번 씩 전화하여 ..

인사치례의 말들로 우리가 아직 하나임을 확인하고 확인 시키는 그 일들이..

난 여전히 낯설고 익숙되어지지 않는다.

 

남편은 여러 방향으로 지나친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자기만의 세계에 너무 가두어져 생긴 탓이 아니겠느냐?

매일 글을 올리는 것에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다. 글을 자제해라.  

글 쓰는 작업에서 자기만의 표현의 세계에 빠지게 되어

사람들과의 일상적인 만남이 오히려 부담스러워지는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이 올 수 있다.

이번에 많이 아프고 나서 몸이 약해져서 일시적으로 오는 무력증은 아니겠느냐?

그래서 생긴 만사 귀차니즘이 아니냐? 몸을 도우는 약을 먹자.

사람보다는 神의 세계에 관심이 집중되어서 그런 것은 아니냐? 등등..

 

남편의 말에 모두 일리가 있다 생각하면서 잠이 들었다.

그런데.. 아침에 눈이 뜨이면서 ..

어제 나의 고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안에서 답을 얻었다.

 

내 안에 있는 무리지을 수 없는 .. 가두어지지 않는 '야성' 때문이었다.

이제 난 나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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