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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1/5

명절

꼭 원심분리가 된 것 같다.

내 자리에서 요구되는 모든 일들이 중심이 되어

날 도리어 탈수를 돌린듯.. 

 

나에게서 분리된 나의 여러 자리의 나의 모습들이 널려져 있다.

이참에 나의 자리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

 

사람들은..

늘 그 자리에서 

자기의 몫을 감당하고 

계속 같은 모습으로 있는 나를 ..

당연히 그 자리에 서 있는..  나무라고 생각한다.

 

그 자리에서 늘 그 몫을 감당하고 있는 것이

때로는 보이지 않게..

나의 인내와 노력이 소리를 내며 소모되고 있는 줄은 아무도 모른다.  

내가 내 어머니에게 늘 그렇게 생각하고 요구했었던 것처럼..

 

 

딸애가 명절 전날..

약국을 마치고 나서..

늦은 시간 부지런히 움직이는 나를 보더니.. 

걱정스럽게 물어왔다.

 

이 일이 다 여자 몫이예요?

나도 엄마처럼 살아야 해요? 

 

그 옛날 내가 내 어머니에게 물었던 물음과 똑같은 물음이었다.

 

그 질문은 내 딸아이보다 훨씬 어렸을 적..

어머니와 둘이 앉아 그 많은 송편을 빚으면서 허리가 아프고 잠이 와 괴로울 적에..

그렇게 똑 같은 질문을 했었다. 

그때.. 내 어머니는 대답은 않고 ..

잠이 오면 들어가서 자라고 하셨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난 딸애에게..

내일 아침..

할머니와 함께 설날 아침상을 받을 때.. 그때 네 스스로 답을 내려보라고 말해주었다.     

 

벌써 이십 년이란 세월을 보내었다.

처음엔 책임감으로..며느리의 도리로 .. 명절을 준비했었고..

몇 년 전부터는 .. 식구들이 명절 상을 받을 때의 기쁨을 위해서 명절을 준비하고 있다.

 

 

요번 명절은 주변의 여건이 도와주지 않아

저번처럼 다양하게 못해 보냈지만..

갈비찜 솜씨는 역시 우리 숙모가 최고라는 조카들의 넉넉한 평가로..

그리 미안하지 않게 넘어가게 되었다.

 

약국도 정상화 되었고.. 연중 큰 행사도 지나고 하니..

긴장이 풀려서인지 몸살이 제대로 찾아 왔다.

 

난 원심분리가 되어..

나를 이루고 있는 나를 ..

이제 모두 새로 정리하여 거둬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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