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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1/5

꽃잎 날리며..

시내에 볼 일이 있어 밖으로 나가는 중이었다.

늘 똑같은 생활을 반복해서 사는 나에게

늘 계절감을 생생하게 느끼게 해 주는 길을 지날 때였다.

 

한 겨울인데..

거리를 두고 앞서 달리는 앞 차에서..

붉은 작은 꽃잎같은 것이 바람을 타고 흩날리고 있었다.  

 

 

조금 있으니..

온통 연두빛 새순을 내고 있는 가로수들이 보이고

바람을 타고 내 차 앞유리에 하얀 벗꽃이 눈 오듯 떨어졌다. 

 

조금 더 있으니..

내 몸이 번쩍 들리더니

가볍게 누군가의 어깨 위로 올려 앉혀졌다.

아버지의 어깨..

창경원 밤하늘은 벗꽃 때문에 환했다.

벗꽃은 눈꽃처럼 가지에 수북히 쌓여있었고..

 

사람들보다 더 높아진 내가 손을 뻣어

그 가지를 스치면

아래로 벗꽃이 눈처럼 아래로 떨어졌다.

 

 

고개를 흔들고 

눈을 다시 떠보니..

 

바람에 흩날리는 벗꽃도

화려하던 밤하늘의 눈꽃들도 

높아 무섭기까지 하던 아버지의 어깨도 연기처럼 사라져버리고... 

 

 

여전히 겨울의 한기를 머금고 있는 가로수들이 다시 보인다.

바람에 흩날리던 벗꽃은..

붉은 작은 꽃잎이 되어 다시 날리고..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에 ..

신데렐라의 황금마차가 누런 늙은 호박으로 변해버린 것처럼..

달리던 차는 트럭으로 변하여 ..

양파껍질을 계속 꽃잎처럼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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