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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광

능선을 타기까지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야 했습니다.

 

남편과 함께였다면 분명 "나! 안 갈래"소리를 하고도 남았을 만큼 힘이 드는 코스였지만

동생같은 친구에게 그럴 수는 없는 일이라 숨만 쌕쌕 거리며 앞만 바라보고 걸었습니다. 

 

드디어 능선이 나타나고 능선을 따라 산 정상으로 가는 길과

한쪽 능선 옆으로 하얗게 피어오른 억새밭은 햇빛을 받아 온통 장관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목적지인 정상도 좋지만 정상으로 가는 길에서 만난 억새군락도 너무 멋져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습니다.

 

해와 함께 바라본 억새는

가슴에 담긴 기억들이 다 날라가버려 깨끗이 비어진 가슴 속을 빛으로 하얗게 채워 놓는듯 싶었습니다.

 

보는 방향을 달리해서 해를 마주하고 바라보니 하얀 억새풀 주변이 환하게 살아났습니다.

그 평범한 풀의 솜털 하나하나에 빛이 담기는 것이 어찌 그리 은혜스러운지 ..

저는 그 억새풀이 억새풀로 보이지 않고 당신의 자녀들에게 비추시는 당신의 은혜로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어울리지 않는 아버지 하나님을 설명하는 이론인 삼위일체의 진실 여부가 떠올랐습니다.

 

빛과 함께 보는 방향에 따라서 이렇게도 보이고 저렇게도 보이는 영이신 아버지의 모습을 두고..

단어의 구속에 아버지의 모습을 끼워 맞추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초라하게 느껴졌습니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어떤 형태를 만들어 그 형태 속 사고의 틀에서 안주하려고 하는 것일까요?

 

그 형태 속에서 거미가 거미줄로 짓듯 자신의 사고의 틀 속에서만 모든 것을 이해하고 단정지으려고 하는 것일까요?   

      

빛을 절대로 가두지 못하는 것처럼 아버지는 사람의 어떠한 이론과 추리와 사상에도 가두어지실 분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모르긴 몰라도 아버지께 다가가는 길에는 사람들의 열심으로 이루어 낸 이론이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버지께 다가가는 길은 오직 당신께서 비춰주는 빛으로만 인도될 것이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지혜로와 우리의 노력이아닌 온전한 당신의 뜻으로만이 그 길은 열릴 것입니다.

 

당신의 독생자이시며, 당신의 사랑의 메신저이시며, 우리의 대속주 되시며, 우리의 주인되시는

예수님을 온 마음으로 믿고 사랑하며,

더 나아가 그분을 통해 당신을 알고 있는 당신의 진정한 자녀들에게만 그 길은 보여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억새밭을 지나 정상으로 가는 길에 제 머릿속에는 신앙적인 생각들로 주변이 마음에 담기지 않았습니다.

 

오늘의 그림은 햇빛 받아 하얗게 탐스럽게 피어오른 키다리 억새들을 담았습니다.

보는 방향은 빛이 억새 솜털 하나하나를 비추던 역광의 늦가을 억새밭 풍경입니다.

 

멋진 그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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