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는 기적을 보고자 하였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그의 평범한 나날이 그에게는 불만이었다.
해가 뜨고 지고, 바람이 일다가 자고, 간혹 비가 오다가 그치고..
어제와 같은 오늘이, 오늘과 같은 내일이 그에겐 불만이었다.
젊은이는 날마다 기적을 일으킨다는 도인을 찾아 나섰다.
물어서 물어서, 도인이 '도중도'라는 외딴섬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아 내었다.
젊은이는 그 섬으로가는 배를 타기 위해 포구에 이르렀다.
때마침 바다에는 폭풍경보가 내려져 있었다.
객선은 닻을 내리고 있었고, 사람들은 하염없이 선창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젊은이는 여인숙을 찾아갔다.
배가 출항할 때까지 묵어갈 방을 얻었다.
그 방은 여인숙의 문간에 딸려 있었다.
그것도 먼저 들어있는 손님과 합숙해야 할 처지였다.
젊은이는 선객과 인사를 나누었다.
"도중도에 사는 김 영감이올시다."
"내륙에 사는 이 총각이올시다."
젊은이는 지루하고 답답했다.
낮잠을 한 숨 늘어지게 잤다.
잠에서 깨어보니 바람에 아직도 문간이 덜커덩거리고 있었다.
노인을 찾아 보았다.
노인은 개울가에서 속옷이며 양말을 빨고 있었다.
"날씨가 나쁜데 무슨 빨래를 합니까?"
"빨래는 바람에 더 잘 마르는 걸요." 노인은 쉬지 않고 움직였다.
이튿날도 파도는 바도를 위로 하였다.
젊은이는 안달끝에 선술집을 찾았다.
술에 젖어서 돌아와 보니 노인은 웃목의 씨고구마 동이에 물을 주고 있었다.
"그것은 주인네가 할 일이 아닙니까?
"누가 하든 우리의 생명을 늘이는 일인 걸요."
사흘 째 되는 날에야 폭풍경보가 풀렸다.
바람이 자고 해가 높이 떠올랐다.
노인은 속옷을 갈아 입었다.
양말을 바꿔 신었다.
창을 열어서 볕을 들였다.
씨고구마 동이에서 새순이 나왔다.
그러나 젊은이에게서는 여전히 멋없는 하루였다.
어제와 다름없이 여전히 발에서는 냄새가 났고 내장 속에서는 술트름이 올라왔다.
여닌숙을 나오면서 노인이 물었다.
"젊은이는 왜 그 섬에 가려고 합니까?"
"도인을 만나고자 해서 입니다."
"무엇 때문에 그 도인을 만나려 하십니까?"
"날마다 기적을 행하고 있다니 그것을 제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 입니다.
노인이 선창쪽으로 발을 옮겨 놓으면서 말하였다.
"그렇다면 당신은 이미 기적을 보았소이다."
"어디서나 지금에 최선을 다하여 의롭게 살면,
그 날이 곧 기적의 새 날이며 그렇지 못하면 반복의 묵은 날입니다.
이번에 나와 함께 지낸 사흘이 당신이 보고자 한 그 도력의 전부이니 따로 볼 것이 없습니다."
참된 신앙생활도 이 도인의 조언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금 내가 할 말, 내가 할 일이 모두 기회의 시간으로 활용하며 신실히 산다면
어느 날, 믿음의 커다란 나무가 되어있는 자신을 보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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