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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1/5

나의 일상

아침 시간에 폭풍우가 지나갔다.

폭풍우를 보내고 나니 후회만 남았다.

날 위로하는 것은 늘 나의 편인 우리 막내 미키였고..

 

큰 애를 데려다 주고 돌아오는 길.

어제의 태풍, 나리가 지나가고 난 그 하늘 길은 푸르고 화창하기 그지없었고

얼굴을 스치는 바람 또한 습기 하나 머금고 있지 않아 너무도 개운하였다.

 

그 상쾌한 바람과 햇살을 바로 받고 있는 우리 미키의 고운색 털은 한 올 하나하나 

황금 들판에 흔들리는 억새풀의 솜털같이 아름다웠다.  

 

내가 화를 내는 늘 그 순간은 한계에 부딪쳐 내가 막다른 골목에 부딪칠 때이다.

 

오늘의 일은 사실,  결과적으로 보면  우리 집에 욕실이 한 개가 더 있었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갈 수 있는 일이었다.

 

아이 둘 다 감기로 어제 아팠고 종일 누워있었던 딸아이는 평소보다 읽찍 일어나 자신의 아침시간을 시작하고 있었다.

나는 간밤에 코감기가 심해 약을 먹고 잤던 큰 애가 빨리 일어나지 않아 한참을 실랑이를 벌리고 있었고 

더 이상 여유가 없는 시간이 되어서야 큰 애는 일어났는데..  

욕실문이 잠겨 있는 것이었다.

딸아이는 아무 생각없이 샤워중..

 

큰 애 달래서 세수만 간단히 하고 아침을 얼른 먹고 출발하자 하였으나 

우리 큰 애에겐 그 말이 왜 통하지 않는지..

5분 이내로 나가야 지각을 면할 시간이건만 왜 나에게만 그리 촉박한 시간이 되어야 하는 것인지..

배려없는 딸아이는 왜 이리 야속한지..

밥을 못 먹여 학교에 보내야 하는 엄마의 마음은 마지막 참을성의 끈을 놓게 만들었다.

예민한 고3짜리는 건드릴 수 없고 부랴부랴 나오는 딸아이에게 말의 화살이 꽂혔다.

 

다행히 신호를 받지 않고 계속 달릴 수 있어서 제 시간 안에 지하철역 앞까지 데려다 줄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서야 나는 작은 애한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 우리집이 좀 더 넓은 아파트라서 욕실이 한 개만 더 있었더라면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을...'

 

큰 애 돌도 지나기 전에 이사 온 이래로 

우리집이 작은 평수이기에 문제가 되었던 적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태평스런 맑은 하늘을 보니 오늘 아침의 소란스러움이 새삼 부끄러워졌다.

아이의 행동에 비해 과한 야단을 친 것이 마음이 걸리기 시작했다.

아침에 그 기분으로 차려 놓은 밥이나 먹었을까 싶어 

평소엔 "절대 안돼"로 일관해 오던 맥도널드에 들러 모닝 � 메뉴를 사 들고 

약국이 아닌 집쪽으로  부리나케 달렸다.

 

다행히 정말 다행히 등교하는 아이를 길에서 만날 수 있었다.  

아이는 아침 일에 별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는지 태연하게  "아니 왠 일?"하며

맛나게 다 먹어치웠다.

 

"고마워요, 나 아침 안 먹고 나왔거든요."

 

그 말이 오늘 아침의 폭풍우의 종료를 알리며 

여느 때처럼 평화로운 아침을 시작하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