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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이야기/4

내가 초라하다고 느끼는 시간에 늘 떠올리던 사진

나의 머릿속에 늘 존재하는 사진이 있다.

 

마치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전경을 찍어 놓은 것같은 사진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운동장에서 학교 건물 쪽으로 걸어가고 있는 아이가 점처럼 하나가 찍혀있다.

내가 초등학교 때 아버지가 찍으신 사진이다. 

 

우리 집은 후암동에 있었고 아버지 회사는 명동에 있었서 

한때 아침운동 삼아 남산 순환도로 쪽으로 걸어서 출근하시곤 했다.

  

나에게 남겨진 그 사진은 그 때쯤

일찍 출근하는 아버지를 따라 좀 이른 시간에 등교할 때의 사진인 것 같다. 

 

오빠와 늘 함께 등교하였지만 그때 내가 무리하게 아버지를 따라 붙은 것 같고

아버지께서 날 학교에 데려다 주시고, 학교 후문 뒤쪽으로 나있는  남산으로 올라가는 백 개가 넘는 계단 위로 올라가시면서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는 나를 찍으신 것이다.

 

우리 큰애 초등학교 입학 시키고 나서 한동안 학교에 데려다 줄 때는

그 아이가 운동장을 가로질러 학교 본관 건물 속으로 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았었는데,

늘 그때마다 우리 아버지 생각이 났었다.

 

그 사진을 찍으실 때 아버지의 그 마음도, 지금 내 마음과 같으셨을 것이라는 생각.. 

 

내가 살면서 초라하게 느껴질 때나, 내가 외롭다고 생각이 들 때면

난 늘 그 사진을 떠올렸다.

 

그 사진이 내 머릿속에 존재하는 날까지 아버지의 그 마음이 함께해

내가 이 세상에서 초라하다고 느껴지는 날, 그 마음이 내 아버지께 죄송한 일이라는 생각으로

머리 모양새와 옷 매무새를 바로 잡아 본다.   

 

아버지에게 그 사진은 등교하는 어린 딸 사진이겠지만

나에겐 내 아버지의 마음을 찍어 나에게 전해 준 선물같은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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