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내 잎에 네 손을 베이게 해서..
난 단지 바람에 내 몸을 돌렸을 뿐인데..
내 몸이 칼날 같았니?
네 고운 손에 그어진 빨간 선에 내가 먼저 쓰려온다.
미안해!
나도 모르게 네 마음을 베이게 해서..
난 단지 내 생각을 말했을 뿐인데..
내 말이 칼날 같았니?
네 고운 마음에 그어진 선명한 붉은 선에 내가 먼저 아파온다.
미안해!
나도 모르게 네 손보다는 내 손을 먼저 보느라고
너무도 빳빳해 칼날같은 내 몸이 너를 스치는 것을 보지 못했어.
새벽 이슬 먹고 강한 햇빛에 그을리다 보니..
봄을 스치고 여름을 보내고 나니..
연하고 부드럽던 내 잎이 어느새 칼이 되었나 보다.
미안해!
내 칼은 사랑하는 네게 날을 세우려 있는 것이 아닌데
네가 내게 닿아 네 손에 상처가 나버렸구나.
나와 함께 해를 향하여 같은 방향으로 몸을 둘 수 없겠니?
그렇지 않으면 내가 원치 않게 정말 원치 않게..
네게 상처를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
너도 나와 같은 마음으로 해를 바랬으나
나에겐 해가 선명히 보이는데
네 눈엔 해가 보이지 않아
우리 몸을 두는 방향이 달라졌구나.
그래서 내가 원치 않게 너를 베이게 하였구나..
바라보는 방향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상처를 주고 받게 되는 것을 정말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
널 아프게 해서 정말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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