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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이야기/4

풀잎이 되어..

미안해!

내 잎에 네 손을 베이게 해서..

난 단지 바람에 내 몸을 돌렸을 뿐인데..

 

내 몸이 칼날 같았니?

네 고운 손에 그어진 빨간 선에 내가 먼저 쓰려온다.

 

 

미안해!

나도 모르게 네 마음을 베이게 해서..

난 단지 내 생각을 말했을 뿐인데..

 

내 말이 칼날 같았니?

네 고운 마음에 그어진 선명한 붉은 선에 내가 먼저 아파온다.

 

 

미안해!

나도 모르게 네 손보다는 내 손을 먼저 보느라고

너무도 빳빳해 칼날같은 내 몸이 너를 스치는 것을 보지 못했어.

 

새벽 이슬 먹고 강한 햇빛에 그을리다 보니..

봄을 스치고 여름을 보내고 나니..

연하고 부드럽던 내 잎이  어느새 칼이 되었나 보다.

 

 

미안해!

내 칼은 사랑하는 네게 날을 세우려 있는 것이 아닌데 

네가 내게 닿아 네 손에 상처가 나버렸구나.

 

 

나와 함께 해를 향하여 같은 방향으로 몸을 둘 수 없겠니? 

 

그렇지 않으면 내가 원치 않게 정말 원치 않게..

네게 상처를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 

 

 

너도 나와 같은 마음으로 해를 바랬으나

나에겐 해가 선명히 보이는데

네 눈엔 해가 보이지 않아 

우리 몸을 두는 방향이 달라졌구나.

 

 

그래서 내가 원치 않게 너를 베이게 하였구나.. 

바라보는 방향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상처를 주고 받게 되는 것을 정말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

 

널 아프게 해서 정말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