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런 저런 이야기/4

바다의 눈물

 

젖은 모래에 그림을 그리고 도망을 갑니다.

쏴~ 하니 파도가 몰려와서 지웁니다.

지우개보다 더 깨끗하게 지워버립니다.

 

작은 발로 자신의 이름을 적어 주고 도망을 갑니다.

쏴~하니 파도가 몰려와서 지웁니다.

젖은 모래는 세수한 것처럼 깨끗해집니다.

 

재미가 난 아이는 작은 발로 선을 긋고 도망을 갑니다.

파도가 이내 �아와서 지웁니다.

파도가 지운 자리 발로 콕 찍어 놓고 도망을 갑니다.

파도가 이내 �아와서 지웁니다.

 

아이의 그림과 아이의 이름을 가져가는 파도는

아이에게 선물을 남깁니다.

저 깊은 바다에서 건져올린 조개껍대기를 말입니다.

 

 

젖은 모래에 글자를 남기고 도망을 갑니다.

쏴~ 하니 파도가 몰려와

이번엔 황금색 모래 색깔 도화지를 두고 갑니다.

 

아이는 손으로 그림을 그려줍니다.

아이의 손이 닿는 선마다 도화지에는 눈물이 고입니다.

 

바다의 눈물인가 봅니다. 

바다의 눈물은 자꾸 자꾸 샘솟아 아이의 그림을 흐트립니다.

그리고 부끄러워 파도로 지워버립니다.

아이의 두 발도 옷도 다 젖어버립니다.

 

아이는 바다가 선물한 조개껍대기와 파도의 소리를 기억에 담아 집으로 돌아가고

바다는 아이가 그린 그림과 이름과 웃음소리를 마음에 담아 눈을 감습니다. 

바다에는 밤이 내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