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가는 이야기1/5

콩쥐

큰 애 유치원을 데려다 주고 오던 길에 내가 접촉 사고를 내었었다.

너무도 화사하던 봄날 거리도 너무 조용해 음악 들으면서 아무 생각없이 앞 차 따라가다

우선 도로에서 직진하던 차를 들이 받았었다.

처음 있는 일이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차를 들이 받고는 왜 그 차가 내 앞에 나타났는지도 모르겠고

갑자기 윈도 블러쉬가 왔다갔다 하고 있었는데 그것도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도 생각나지 않았다.   

혼이 빠져 가만히 있는 나를 불쌍히 여긴 주변 사람들은 나를 내리라 하고

내 차를 주차 시켜 주고 자신이 근무하는 바로 옆 사무실로 오라하여 차를 대접하여 주었다.

가해자는 나였건만 피해자 봉고차 아저씨에게 좋게 처리해 주라며

그 사고를 지켜 보았던 주변 사람들은 오히려 가해자의 선처를 부탁해 주고 있었다.

연락 받고 나타난 남편은 그 이상한 상황에 웃음을 참느라고 고생했다 했다.

 

감사하게도 나에게는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정말 신기하게 나를 도울 사람은 항상 나타났다.

 

내가 너무 어려웁고 급할 때 갑자기 나타나 도와주던 사람들의 선한 행동들을 지켜보면서 느끼던

고마움 감사함 미안함 이런 감정들이 차곡차곡 싸여 기억에 남아

무의식적으로까지 사람에 대한 좋은 감정을 가지게 되었다.

 

오늘 집 가까이에서 작은 나 홀로 사고가 있었다.

딴 생각하다가 낮은 둔턱을 들이 받았는데 그 둔턱 위로 올라간 차의 바퀴가 허공에서

돌고 있으니 참으로 난감하였다.

있을 수 없는 사고였다.

 

막막하여 가만히 서 있으려니 낯 익은 동생 얼굴이 나타났다.

날 돕는 천사의 손길이 또 나타난 것이다.

 

소리가 나서 밖을 보니 나였다며 웃으며 나타난 그 동생 손엔 이미 공구가 들여 있었다.

나 혼자 조용히 일 처리를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바로 읽은 그는 

힘들지만 저 혼자 낑낑대며 일을 다 처리해 냈다.

차를 들어 올리고 어디서 큰 벽돌들을 구해와서는 바퀴가 닿을 정도도록 높이더니

결국 차를 빼내어 주었다.

차를 바로 나갈 방향으로까지 돌려주고 웃으면서 이젠 가시라며 손짓하는데

그의 오른손에 피가 묻혀 있었다.

내가 손을 빼서 보려하니 약간 긁힌 것 뿐이라며 손을 감추며 사라져버렸다.

 

내 주변엔 늘 날 도와주는 선한 이들이 있었기에 사람에 대해서 격없는 좋은 감정들을

가지게 된 것은 정말이지 큰 축복이라 생각한다.

 

내가 하나님께 세상에서 받은 가장 큰 축복은 바로 이것이라 자부하고 있다.

사람을 사랑하고 믿을 수 있는 마음의 바탕을 가질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을 주변에 주신 것 말이다.

 

난 이 세상에서 별로 한 것 없이 콩쥐 대접을 받고 산다. 

유난스레 불쌍하게 보이고 눈에 힘이 없어보여서 그런가?

 

신혼시절, 어른들 밑에 기 펴지 못하고 늘 일만 하는 날 보고 "불쌍한 콩쥐"같다며

애틋하게 바라보던 남편의 말대로 선한 사람들에게 콩쥐의 대접을 지금도 받고 산다.     

정말 감사하게도 말이다. 

 

 

                          

 

'살아가는 이야기1 > 5'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월이 아무리 변해도 달라지지 않는 시간  (0) 2007.05.22
하나님을 사랑하니?  (0) 2007.05.22
바보같은 질문  (0) 2007.05.21
제 기도를 들어 주소서  (0) 2007.05.19
흰 도화지에  (0) 2007.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