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연휴지만 우리 약국은 늘 그래왔듯 문을 열었다.
장사하고는 별 상관 없는 내가 약국 매대에 삼 일간 버티고 서 있는 것은 많은 인내를 요구한다.
그 인내란 대화가 아닌 말을 계속 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이 많은 날, 어떤 생각의 끈을 붙들고 있는 경우라면 더더욱 힘들기 마련이다.
명절날 오전이나 명절날 밤 시간이면 어릴 적 생각에 간혹 웃곤 한다.
지나고 보니 나의 대여섯 나이 때의 그 예감은 정확한 것이었다.
지금도 그러할련지는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도 여자들의 직업으로는 약사가 인기있는 직업이었는가 보다.
우리 아버지 늘 하시는 말씀.
"여자 직업으로는 약사가 괜찮아"라는 말씀만 하시면 난 이불 뒤집어 쓰고 울었다.
정말 이불 뒤집어 쓰고 울면 정말이지 눈물이 났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
"난 약 파는 사람 안하고 약 사러가는 사람 할래!"
한번씩 친척집에 갔다가 밤 늦게 아버지 등에 업혀 올 때,
밤 늦게까지 약국 매대에 서있던 동네 약국 아줌마가 힘들게 보였던가 보다.
너무도 아이러닉하게 내가 그 아줌마의 모습 그대로 살고 있다.
대여섯살 아이 눈에 그 무료함이나 인내는 보이지 않았겠지만
먼 훗날 자신이 살게 될 생활에 대한 예감은 있었던 모양이다.
난 여행하며 글쓰는 사진 작가가 되고 싶었는데
유리 창살 내에 사는 새가 스스로 되어버렸다.
그래도 마음만은 여전히,
...
아프리카 오지 여행도 떠나고 싶고,
사하라사막의 모래 바람 물결도 보고 싶고,
인도의 입만 살아있는 거리의 철학자들의 심오한 사상을 들어보고 싶고,
순수 그 자체인 티벳의 자연과 그곳의 해맑은 사람들의 얼굴들을 마음에 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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