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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1/5

세월과 함께 자라는 사랑이라는 나무의 둥치

저에겐 어머니가 두 분 계십니다.

한 분은 제 친정 어머니, 다른 한 분은 영어식 표현으로 법적인 어머니이신 제 시어머니이십니다.

세월이 지나니 두 분 다 똑같은 제 어머니가 되셨습니다.

 

미안하게도 한 분은 제가 힘들 때 찾아가 위로와 힘을 받고 또 받는데 더 익숙하게 된 어머니이시고,

다른 한 분은 제가 그분께 조그마한 기쁨이라도 드리게 되면 제가 마음이 편해지는,

해 드리는 것에 더 익숙하게 된 제 어머니이십니다.

 

철이 들지 않았을 적엔 저를 사랑하여 아끼는 어머니만 절 사랑하시는 어머니인 줄 알았습니다.

세월을 좀 더 보내고 보니,

저를 믿고 저에게 의지하시는 어머니 또한 절 사랑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늘 바쁘다는 핑게로  두 명절, 생신, 어버이 날등 꼭 챙겨야 할 날 말고는

잘 찾아 뵙지 않아 늘 죄송한 생각을 가지고 있던 터에,

어머니 전화를 받았습니다.

 

"에미야 , 내가 모임에 나갈 옷이 마땅치 않으니 내 옷 좀 봐주지 않으련?

"네게 부탁하는 것이 제일 빠를 것 같아서 ..."라는 말씀을 남기셨지만

그 말 뜻 속엔, 며느리의 관심과 애정을 좀 받고 싶으시다는 적극적인 표현이라는 것과

모임에 가셔서 우리 며늘아이가 사주더라며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으신 것 같기도 하였습니다.

 

외투와 신발을 사신 어머니는 진짜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셨습니다.

집에 모셔다 드리고 오면서 마음이 아파왔습니다.

너무 많이 늙으셔 있으셨기 때문입니다.

 

나 아직 꿈을 꾸면 결혼 하기 전 아이의 모습으로 있을 때가 많은데,

난 아직 아이의 마음과 다를 것이 하나 없는데, 

몇 년 전에 일흔을 넘기신 어머니께서 믿고 의지하는 존재가 되어있는 것이

솔직히 어지러웠습니다.

 

차에서 내리시는 어머니께,

"아쉬운 것 있으시면 언제든지 부르세요. ~"

 

자주 가 뵙지 못한 죄송함을 이렇게나마 이런 사랑으로 표현할 수 있음을 다행스럽게 여겨졌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시어머니의 사랑이란 친정 어머니의 사랑과는 다른 방향으로 사랑하는 것으로 좀 더 읽찍 이해하였다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의 두 어머니께서 정말 오래 오래, 제 곁에 계셔주시면 정말 좋겠습니다.

연로해지시지만 그래도 어머니라는 그늘 아래,

아직 아이로 생각 될 수 있게 말입니다.

 

 

 

살아갈수록 사랑의 기쁨으로 인식되는 범위가 자꾸 넓어지는 것 같습니다.  

 

받는 사랑에서 주는 사랑으로도 만족할 수 있고,

받는 사랑의 기쁨에서 주는 사랑의 기쁨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내가 없어지는 사랑.

 

나의 사랑이, 내 고운님께 도리어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나의 사랑이, 내 눈가에 맺힌 눈물에 모두 담겨, 흔적 없이 사라져도 후회가 없을, 

내가 없어지는 사랑.

 

내 마음과 다르게 세월의 흔적이 몸에 남더라도,

내 어릴 적 소망하던 사랑엔,

정말 세월의 때를 묻히고 싶지 않습니다. 

 

 

거기에 더 나아가

 

우리를 위해 자신의 고귀한 생명까지 아끼시지 않으셨던 내 사랑하는 분을 닮아감으로,  

나의 사랑이 불순물 하나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연소되어 빛이 될 때까지,

죽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셨던 그분의 사랑을 따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