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동물을 좋아합니다.
식물보다 동물을 좋아하는 이유는 사랑의 교감이 가능해서입니다.
그리고 동물 중에서도 특히 개를 좋아합니다.
제 기억에는 사랑하던 여러 녀석들의 얼굴들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성격과 품성들이 다 다르고 아이큐 또한 다 달랐지만 모두 사랑스런 녀석들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기억이 오랫동안 선명하게 남는 녀석이 있습니다.
몇년 전 길에서 데려와 키운 개가 있었습니다.
그 녀석이 약국 주변을 자꾸 돌아 다니기에 걱정이 되어 그 개를 잠시 따라다녀 보았습니다.
그 녀석은 건물 안쪽에 계단만 있으면 3층까지 단숨메 뛰어 올라가는 것이었습니다.
상상력 좋은 저는, 그 녀석이 자기집을 찿고 있다는 것과 그 녀석이 살던 집이 이런 계단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추측하게 되었고, 제가 그 개의 심정이 되어버려 지나가는 차와 모르는 사람들의 발들이 커다랗게 느껴져 무섭고, 혼을 빼놓을 것같은 두려움같은 것이 그대로 전달되는 듯 싶었습니다.
저는 그 개를 그냥 둘 수 없었습니다.
대책 없이 개를 데려오니 약국 아저씨들이 한사코 말리는 것입니다.
저의 집에 이미 개가 두마리나 있었거든요.
마지못해 약국 앞에 두었더니 이번에는 그 녀석이 안쪽을 들여다 보고 안 가는 것입니다.
"이건 내 운명이다" 여기고 데리고 들어왔습니다.
데리고 들어와 이리저리 살펴보니 몸에는 피부병이 크게 한 곳 나있고, 어린 줄 알았더니 이빨이 많이 빠져 혀가 밖으로 나와있는 상태였습니다.
도저히 그냥 둘 수 없어서 약국 뒤로 데리고 들어가 신문지를 깔고 가위질부터 시작했습니다.
사람이 그리웠던 그 녀석은 저를 믿고 아예 제 주인으로 삼기로 작정했는지
가위가 제 눈 위로 왔다 갔다해도 꿈쩍도 않고 누워 있었습니다.
결국 약국 약으로 피부병도 낫게되었고 지저분한 털도 어느정도 가지런해지고 이빨도 몇날 몇일을 닦이고 나니 정상적인 개의 모양새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그 녀석도 안정을 찾아 식구들을 자기 주인으로 여기며 따르게 되었습니다.
그 녀석 이름은 풍개였습니다. 처음에 혀를 내고 있기에 중풍에 걸린 줄 알고 풍걸린 개. 풍개하던 것이 그 녀석 이름이 되었습니다.
풍개는 성품이 아주 점잖고 교육을 잘 받은 개였습니다.
평소에도 반듯하게 앉아 있고 흐트러짐이 없는 개였습니다.
잠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주인으로 삼은 저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고,
혹여 눈물 훔치는 일이라도 있으면
그 녀석이 끙끙대며 제 손을 핣고 어쩔줄 몰라했습니다.
저의 집에서 일년 정도를 건강하게 살다가 그 녀석은 주어진 제 명을 다했습니다.
명이 끊어지려 하루를 끄는 중에도 제가 나가면 저를 따라오려다 쓰러지곤 했지요.
숨이 고르지 않아 온 몸이 뒤틀릴 때도 주물러 주고 바로 잡아주면 눈은 다시 저에게로 고정하던 그 녀석이 오늘 참 보고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늘을 보여주었습니다.
힘 없이 축 늘어져 있던 녀석이 겨우 고개를 들더니 하늘을 보았습니다.
해질녁 노을로 유난스레 빨갛게 물들인 하늘을 마지막으로하고 그날 밤 눈을 감았습니다.
그 녀석이 주는 사랑을 고마워 할 만큼 제 마음은 늘 가난하였고,
제가 주는 사랑이 그 녀석에게는 전부였기에,
사랑의 교감이 가능했습니다.
때로는 이런 생각이듭니다.
마음이 가난한 것은 산등성이에서 혼자 바람맞는 것처럼 울적하지만,
작은 소리에도 더 귀 기울이게 해주고
작은 것에도 더 고마워할 수 있게 해주고
마음으로 볼 수 있는 것을 아주 많게 해주어, 깨끗한 행복을 더 많이 가지게 해주는
귀한 열쇠같은 존재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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