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아주 황당한 일이 있었다.
시내에 나갔다 약국에 들어오니 낯선 개가 한 마리가 들어와 있는 것이었다.
우리 집에서 키우는 미키라는 요크셔테리어 종 강아지 외에 낯선 하얀 강아지가 한 마리 더 있는 것이었다.
약국과 집을 오가며 식구들과 함께 생활하는 미키도 약국에 오는 손님들한테 눈치가 보여
항상 짧은 털로 잘라 놓고 있는 형편인데 개가 두 마리라니...
이유를 알아보니 호성이 외할머니가 어떤 아이를 시켜 개를 보냈다는 이야기였다.
호성이라면 우리 큰 아이고 ...
그렇다면 내 친정어머니께서 개를 ?
전화를 해보니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기가 막혔다.
이유인즉
어머니께서 친구 분 댁에 놀러 가셨는데
친구 분 따님이 어디서 개를 얻어 왔고
친구 분은 혼자 계신 우리 어머니보고 가져가시라 하신 것이었다.
아주 좋은 개라고...
우리 어머니는 천대받고 있는 개의 처지가 불쌍하다고 느끼셨고, 당신은 키우기 싫고,
그래서 방법을 찾은 것이 개를 좋아하는 당신 딸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싶어 개를 우리 약국에 데려다 놓으신 것이다.
개는 그냥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고 알고 계신터에,
그 개가 좋은 종자라고 말을 들었으니 돈 삼 만원을 친구분에게 드리고
오시다가 보니 개가 배고픈 것같아 보이니, 사료 만원 주고 사서 먹이고,
버스 타면 기사한테 미안하다고 택시 기사 아저씨한테 사정해서 택시 타고
사위 약국이라 편치 않으시니 지나가는 아이 시켜 개를 약국에 보낸 것이었다.
자초지정을 듣고나니 답답한 마음이 들면서 한숨이 나왔다.
이리 저리 전화를 하여
우리 가족과 두터운 친분이 있는 큰애 친구집에서 키우겠다는 결정을 보게 됨으로
결국 사건은 해결되었다.
이 사건은 제 어머니 사시는 평소 모습이십니다.
그 당시에는 어머니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당신에겐 지나치리만큼 인색하게 사시면서도,
제가 보기엔 헛돈으로 보여지는 돈을 쓰시며
땀 뻘뻘 흘리시며 오셔서도 당당히 들어오지도 않으시고
지나가는 아이 시켜 개를 대책 없이 들여 놓으신 어머니가 참으로 답답하였습니다.
벌써 5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그 개 이름은 해피입니다. 여러 종의 혈통이 섞여 종을 알아볼 수 없지만
자신의 이름처럼 행복하게
지금까지 사랑을 너무 많이 받아 ,자신이 그 집 아들인줄 알고 아들 행세하며 잘 살고 있습니다.
요사이는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제가 알고 있는 지혜라는 것이 우물 안의 개구리가 하늘을 인식하여 말하는 정도가 아닐까하고요.
제 어머니의 어리숙한 듯 보이는 선한 의도의 많은 일들을
전 많이 답답해하며 흉 아닌 흉을 보아왔습니다.
그러나 요즘엔 생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제 어머니께서 쓰신 의미 없이 보이던 돈과 의미 없어 보이던 발걸음으로 하여
어린 강아지의 일생을 행복하게 만들어 놓았으니까요.
그래서 날이 갈수록,
사람의 일상의 지혜 중에서
선한 것이 으뜸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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