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문을 두드리며 94 - 이성선
이 육체가 허공에 먼지로 흩어질 때까지,
이 영혼이 지상에서 흩어질 때까지
나는 지상의 언어들을 모두 불러모아 그분을 노래하겠습니다.
바다와 산악,
헐벗은 벌판과 영봉을 헤매며
지상의 언어란 언어는 모두 끌고 가서
무궁을 노래하겠습니다.
이 나의 노래가 한찮고 외곬의 끝없는 외침일지라도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 불타며 언어에 불을 붙이겠습니다.
하여 세상에 존재하는 언어가 모두 불타버린 고요한 그 허공에
나는 비로소 진실로 그분 모습을 맞이하겠습니다.
순수무구한 그 영지에서 만나서는 다시 헤어지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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