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별자리 자취를 감추자 봄이 갔다
꽃이 피었다고 웃을 수만은 없는 그런 날이었다
문을 닫는 순간 내 안의 무엇인가 쾅, 하고 닫혔다
고통이란 자기를 둘러싼 이해의 껍질을 깨치는 것이었다
전갈자리별 자취를 감추자 여름이 갔다
초록 나무에도 그늘이 짙은 그런 날이었다
종이 위에 생각을 올려놓는 순간 말할 수 없어 나는 침묵했다
외로움은 내 존재가 피할 수 없이 품은 그늘이었다
노랑발도요새가 자취를 감추자 가을이 갔다
고독이 지쳐 뼈아프게 단풍 드는 그런 날이었다
잃다와 잊다가 같은 말이란 걸 아는 순간 내 속에 피가 졌다
아무것도 없다는 것 그것이 내가 살아남은 유일한 이유였다
흰꼬리딱새가 자취를 감추자 겨울이 갔다
몸이 있어서 추운 그런 날이었다
안다고 끝나는 게 세상일이 아니란 걸 깨닫는 순간
내 안의 어둠이 쏟아졌다
이 세상에 와서 내가 없는 계절은 없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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