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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들 /담아온 글 ...

숲 / 이영광

                              숲   

 

                                                               이영광

                                 

                         

 

  나무들은 굳세게 껴안았는데도 사이가 떴다

  뿌리가 바위를 움켜 조이듯 가지들이 허공을 잡고 불꽃을 튕기기 때문이다

  허공이 가지들의 氣合보다 더 단단하기 때문이다

  껴안는다는 이런 것이다

  무른 것으로 강한 것을 전심전력 파고든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다면 나무들의 손아귀가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졌을 리가 없다

  껴안는다는 것은 또 이런 것이다

  가여운 것이 크고 쓸쓸한 어둠을 정신없이 어루만져 다 잊어버린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이글거리는 포옹 사이로 한 부르튼 사나이를 有心히 지나가게 한다는 뜻이다

  필경은 나무와 허공과 한 사나이를, 

  딱다구리와 저녁 바람과 솔방울들을 온통 지나가게 한다는 뜻이다

  구멍 숭숭 난 숲은 숲字로 섰다

  숲의 단단한 골다공증을 보라

  껴안는다는 것은 이렇게 전부를 통과시켜 주고도 제자리에,

  고요히 나타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