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유리 전체에 뿌연 회색빛 도시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밤이 내리고 있는지 간간히 붉은 등이 켜지기 시작하는 시간
도시의 한복판, 사치의 극을 달리는 곳에서 온천을 하고 있었습니다.
물에서 올라오는 수증기는
가난과 배고품과 고통과 인생에 한같은 것을 늘 품고 살면서
인생이란 다 그런 것이라고 자위하며 사는 제 이웃들이 사는 유리밖 세상을
점점 가리우고 있었습니다.
조그마한 불편함이라도 허락하지 않는 공간
자기 존재를 조금도 드러내지 않고 그림자처럼 사람이 지나간 흔적들을
그때 그때마다 소리없이 지우고 다니는 손길들은
마치 그 공간안에서 사는 투명한 유령들 같았습니다.
은밀하게까지 느껴지는 어슴프레한 조명등 아래
뽀얀 피부의 여인들이 가운을 펼치고 온 몸에 뭔가를 바르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동작엔 여유로움이 잔뜩 묻어있었습니다.
그녀들은 그 여유로움의 주인이 되어 그것을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자신에게 허락된 시간적 물질적 환경을 맘껏 누리는 그 여유 ..
몸짓에 녹아있는 여유로움 ..
갑자기 제 머릿속에서 '바로 저거다..'라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 여유를 여유로 누릴 수 있는 주인의식' 이었습니다.
제게 없는 것이었죠.
한때는 그것이 조금은 아주 특이한 제 주변환경 때문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 환경이란 솔직히 아담의 원죄 이후 뺏고 뺏기는 인생들에게는
조금도 특별하지 않은 환경이면 환경일 수 있었을테니까요.
어쩌면 저는 예수님의 달란트 비유에서
일 달란트를 받아 그것마저 잃을까 두려워 흙속에 묻어두었던
악하고 게으른 종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종들이 받았던 달란트와 자기의 것을 비교하지 않았다면
일 달란트를 받았던 종은 자신의 것이 작은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작은 것이기에 그것마저 잃을까 두려웠던 것이었겠지요. 어쩌면 이 작은 달란트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예 포기하고 만 것일 수도 있었겠습니다.
주인께서 그 종에게 정녕 바라신 뜻은 당신의 명령대로 열심을 다하면 되는 것이었으나
종은 과정이 아닌 결과에만 온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겠구요.
결과는 그 종의 몫이 아니었습니다.
종이 할 일은 자신의 지혜와 능력을 최대한 이용하여 그것을 키워내는 그 과정에만 오로지
충실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 충실함과 열심을 보시고 벌하지 않으실 선하신 분이라는 그 믿음이
그 어리석은 종에겐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아버지.. 그 어리석고 겁많고 악한 종은 바로 저였음을 고백합니다.
솔직히 제 인생은 바다 가운데 섬 ..
그다지 크지않은 자그마한 섬과 같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다가 밀고 들어온 만큼 자기 땅이 좁아지는 ..
바다가 밀고 들어왔다가 밀려나가는 그 해변이
바다에 속한 것인지 제 소유의 것인지만 촉각을 세우고 사는 기가막힌 섬 ..
건강한 섬이면 되었는데 말입니다.
또 어떤 면에서는
선택하지 않는 것도 또다른 선택이라는 걸 알면서도
매번 제가 가진 이상의 것을 바라다 결국
선택의 기회를 놓친 환경이 저의 선택을 대신하게 된
비겁한 인생의 주인이기도 하였지요.
본능과 관념에 속한 사랑밖에 할 수 없었던 저였기에
미지근한 곳에 세균이 더 모여들고 잘 번식되듯
차라리 차가운 곳보다 더 고달프고 억울한 자리에 설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의 미지근한 사랑법은 자기 사랑에 근거한 것이었습니다.
저의 미지근한 사랑법과 용서법은 공격당하지 않기 위해 내미는
평화를 지켜내기 위한 비겁한 악수같은 것에 불과한 것이었다고
저는 당신께 고백하고 용서를 빌어야 합니다.
돌아보니 저는 사랑을 제대로 해 본적이 단 한번도 없는 이였고
용서를 제대로 해 본적이 없는 이었으며
앞으로도 그 두 가지를 영원히 제대로 할 수 없는 장애를 가진 죄인이었습니다.
이 죄인의 몸으로 거룩하신 당신께 가고자 했던 저의 욕심을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당신의 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안에서 장사 지내고, 그분의 영의 부활로 부활된 영이라면
미지근한 생명없는 사랑으로 자신을 죄의 온상이 되도록 허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 노래와도 같이 되어버린 우리 예수님 앞까지 가지 위해선
회복할 수 없는 아담의 후손으로서는 죽고
예수님의 보혈로 씻기워 정결해진 몸으로
진리가 되신 그분께서 내신 길을 밟고 가야 할 것이라는 사실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하여 저는 회복되어야 할 것이었습니다.
제 가족과 이웃과 더 나아가 저의 생명까지 요구하는 이들까지 사랑할 수 있는
사랑의 회복의 기적을 적어도 저는 보아야 할 것입니다..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노래처럼 불렀던 '우리 예수님 계신 곳까지 ..' '그분과 영원히 함께 있기 위하여 ..'
그 시작은,
첫째 아담의 몸에서 나오는 모든 본능과 하와가 선택했던
자신을 중심으로한 모든 선악에 관한 판단과 관념들에서 철저히 죽고
둘째 아담으로 오시어 새로운 창조의 시작이 되신 우리 예수님의 에너지로만
사는 그 회복이 이루어지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저의 바램은 그저 무지개 꿈을 꾸면서
그 무지개를 찾아나선 철없는 어린계집아이의 부질없는 놀이에 지나지 않을 것이겠지요..
사랑하는 아버지!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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