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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법' 앞에서 ...

모호한 꿈같고

지나가는 바람결같고

바뀌는 계절같이 분명한 선을 그을 수 없는 가운데 

당신의 성령께선 저를 이끄시고 계시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꼭 그런 느낌 가운데

제 심장에 새로운 법이 새겨졌습니다.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죽기까지 서로 사랑하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죽음의 깊은 골짜기에서 온전히 썩기만 기다리고 있는 시체에게

어울리지 않는 그 무슨 고귀한 겉옷의 선물인가 싶어서였습니다..

 

 

...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하긴.. 이제는 좀 되었나 싶은 순간에 바로 곤두박질쳐져 땅바닥을 뒹굴게 되었고

이제는 완전히 죽었다 싶은 그 순간에 바로 가볍게 날아오르는 자유의 환희를

어디 한 두번 경험했나..  그 연장선상이겠지..

이 곤한 거친 파도타기는 죽기 전까지 계속 될테지 ..' 라고요.

 

하지만 그 중얼거림은 사실 아버지의 은혜를 받기엔 너무 송그러스웁고

아버지의 그 진실하신 눈빛을 마주하기 민망하고 부끄러워 다른 곳에 시선을 두며

딴청을 부리는 제 부끄러움같은 몸짓이었습니다.. 

 

... 

 

 

사랑하는 아버지!!

그러나 저 부끄러워 딴청부리는 그 중얼거림은

매사에 어눌하기만 했던 제가 세상과 온몸으로 부딪쳐 얻어낸

내면적 경험의 소산이기도 합니다.

 

세월이 많이 흘렀나 봅니다.

그런 고단한 경험들로

나름 영적 파고의 흐름과 리듬 전체가 눈에 들어오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바닷말처럼 그 파도를 타던 그때,  

고단함이 몰려오면 그 파도와 무관하게 사는 이들이 부러웠습니다.

 

외도도 해 보았지만, 당신을 떠나 사는 곳에서 저는 늘 이방인이고 말았습니다.

언어도 풍습도 사는 방식도 다른 곳이었지요..

본능적으로 저는, 제 생명에 에너지를 채워줄 수 있는 곳을 향해 나있는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걸어야만  했습니다.

안온한 곳에서 갓 구운 빵만 먹고는 도저히 살 수 없는 저였거든요..

 

허무가 저를 끝없이 추적해 왔고,

저는 그 허무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그 길에서의 고단한 달음박질은 계속되어야 했습니다.. 

 

저는 이제 더이상 그 허무를 피해 도망치지 않아도 되게 되었습니다.

그까닭은 저를 쫒던 그 허무와 그 허무로부터 도망칠 길이 되어왔던 바로 그것이

사실은 하나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으니까요.. 

 

이제 저는 그 허무를 당당하게 마주합니다.

그리고 그 허무를 안고 함께 죽습니다. 

 

신실하시고 은혜로우신 당신께서는

스스로 살고자 도망치던 어린 계집아이의 힘이 다할 

한계지점을 아시고

그곳에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온전히 죽게 된 그 아이 심장을 열고

'살리는 에너지의 근원'을 넣어주시어,

온전한 사랑으로 자가발전시켜 영원히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살리는 에너지의 근원'은 바로 당신의 독생자 예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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