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
박용하
말하지 말아야 하는 순간인데
기어코 말해버리고 만다.
움직이면 손해인데
기어코 움직이고 만다.
나도 어쩌지 못하는 내가
나도 어쩌지 못하는 나처럼
생로병사에 엎드러지고
희로애락에 자빠지는 순간이 있다.
애당초 괴력난신 같은 건
거들떠도 보지 않는 사람처럼
인(仁)이나 예(禮)를
밥이나 술처럼 들어도
몸이 마음보다 먼저 사고 칠 때
어떤 상처는 평생 똬리를 튼다.
삼가야 하는 순간인데
기어코 저질러 놓고
먼 데 하늘을 물끄러미 들이박는 뿔처럼
내가 입힌 상처를
내가 입는 한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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