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아니다
후한 라몬 히메네스
나는 내가 아니다
이런 모습을 한 나는 내가 아니다.
나는 볼 수 없지만 내 곁에 함께 있는 이,
때때로 내가 만나려고 애를 쓰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내가 잊고 지내는 이,
내가 말할 때 곁에서 조용히 듣고 있는 이,
내가 미워할 때 선한 마음으로 용서하는 이,
내가 집안에 있을 때면 산책을 가는 이,
내가 죽었을 때 내 곁에 서서 남아 있을 이,
그가 바로 나이다.
내가 죽어 사람들의 기억 속에 저장될 내가 진짜 나일지도 모른다 ..
주변상황을 섭취하여 소화 흡수되고 있는 대사과정 .. 사실 그건 내 인생의 진수는 아닐지 모른다 ..
진짜 나는 그 과정 중에 세워지고 있는 것들이 진짜 나이고 그것이 자라고 있는 것이 진짜 내인생인지 모른다.
나는 지금 진짜 나를 세우고 있는 과정일지 모른다.
햇빛 아래 드러나는 나는 소멸될 것이나
칠흑같은 죽음의 강을 건너고 있는 나는 언젠가 긴 숨을 내쉬며 살아날 것이다.
나는 잊지 말아야 한다 ..
깊은 어둠 속에 양의 기운은 단단히 뭉쳐지고 있음을 ..
나는 속지 말아야 한다 ..
타인들의 눈에 비친 나의 모습을 나로 말이다..
나는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지 않는가 ..
살아오면서 싫어도 결국 해내는 일들과
아무리 집착을 가져도 결국 하지 않을 일들이 있다는 것 쯤은
이제 스스로도 가름할 수 있지 않는가 말이다 ..
타인들의 눈엔 소금물에 너무 오래 담겨져 풀 죽은 배추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런대로 내가 살아온 일관된 평화로운 방식은 나에게서 최선이었지 않았는가..
자연의 순리대로 공존 속에서 화평을 추구하며 살아왔다면
나에게는 큰 후회를 남기지 않는 복된 삶이지 않았는가 말이다..
이제 내 그림자를 볼 수 있게 되었으면
이제 그 그림자에 새삼스레 군더더기를 붙이지 않을 일이다 ..
그림자에 무슨 황금색 공단 겉옷이란 말인가 ..
실체도 걸쳐보지 못하던 것을 .. 새삼스럽게 말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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