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가는 이야기1/나의 일상

공허감이 극에 달하는 날에는 ..

공허감이 극에 달하는 날

그 텅빈 세계가 가지는 힘에 철저하게 눌려진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아편이 절실하게 필요한 아편쟁이처럼

떨리는 손으로

갑자기 잡혀 가두어진 그 공허의 캄캄한 골방에서 

오직 동물적 본능으로만 의지하여 출구를 찾아 헤맨다.

 

하지만 출구가 없는 걸 이미 알고 있다.

부산히 움직이는 것은 사실 날 속이고 있는 거다.

아니 공허감을 대항할 에너지를 부러 소진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차라리 탈진되어 나 스스로 어떤 노력을 할 수 없어 포기하는 시간을 앞당기고 싶은 것이다..

 

그때 나를 구원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깊은 바다 속 미끄러지듯 유영하는 돌고래의 몸짓같기도 하고

내 영혼의 무게를 감당한 채 두꺼운 시멘트벽 높이 걸린 쇠창살 틈새로 새어나갈 수 있는

연기같기도 한, 내 영혼을 울림으로 공명시켜 낼 음악이다..

 

내 영혼에 공명이 일어 나는 시간 ..

그 공명을 타고 나는 날아올라 자유의 몸을 입는다 ..

 

오늘은 운좋게 내 영혼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그 음악을 타고

그 무시무시한 거칠거칠하고 두꺼운 회색 벽을 타고올라 도망칠 수 있었다..

 

나는 그 무거운 공허감이 무섭다..

그 공허한 세계 속에 갇힐 때에 내 하나님은

마치 공허감이라는 존재가 나를 납치하여 두 손을 묶어 캄캄한 골방에 가두어 놓았을 때

도저히 연락할 길 없어 눈물만 나는 내 아버지의 존재 같다.

아버지와 분리된 것같은 두려움 .. 난 아무리 세월을 먹는다 해도

그 두려움에는 도무지 익숙해지질 않는다..

 

믿음이 약해서일까 ..  여전히 어려서 일까 ..

아니면 아직 세상에서 절박한 뜨거움을 경험하지 못한 배부름에서 일까  ..